"지금 광고시장은 보보스 전성시대" 광고업계에서 보보스(Bobos)가 키워드로 떠올라 있다. 보보스란 보헤미안(Bohemian)과 부르조아(Bourgeois)의 합성어.중상층 이상의 경제적 기반에 사회적으로 능력을 인정받으면서도 일에만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친구,그리고 취미 등 "나만의 세계"를 아낄 줄 아는 20대 후반~40대 초반 계층을 가리킨다. 획일화된 것을 거부하고 남과 차별화되고 싶어하는 사람,고급품을 좋아하면서도 무조건 맹신하지는 않는 사람.고급 양복에 스니커즈(운동화)를 신고 자전거(물론 최고급)를 타고 직장에 갈 만큼 자유롭고 앞선 감각을 지닌 사람.이들 "신(新) 귀족"이 현재 국내 광고의 주역으로 맹활약 중이다. 포스코건설(옛 포스코개발)이 최근 내놓은 아파트 "the 샵" 광고(제작 제일기획)에선 아파트의 품질이나 주변 환경 등 기존 아파트 광고에 주로 등장하던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나타나는 건 홀로 유람선을 타고 여유있게 망망대해를 감상하는 여성의 모습.이때 "1캐럿의 다이아몬드보다 1g의 햇살이 더 소중하다"는 멘트가 나온다. 홀로 여행을 떠날 만큼 여유가 있지만 돈이 전부가 아니라 삶의 진정한 가치를 중시한다는 얘기다. 이건창호의 최근 CF(제작 웰콤)는 유럽풍의 대저택과 고급 자동차,고급스런 애견을 배경으로 따스한 정을 나누는 아빠와 딸을 등장시켰다. 외적 조건을 완벽하게 다 갖췄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가족의 사랑이란 의미다. 쌍용자동차의 SUV "렉스턴" 광고(제작 메이트커뮤니케이션즈)는 "대한민국 1%"라는 문구로 선택된 소수만이 가질 수 있는 제품이란 개념을 부각시켰다. 이 광고는 초기에 "이미 깨어있는 자 1%,아직 잠들어있는 자 99%,무리들이여 안녕"이란 공격적인 카피로 주목을 끌었었다. 정우성과 고소영을 부부로 등장시킨 삼성카드 CF(제작 제일기획)도 보보스 광고의 대표 사례.모두에게 인정받을 만큼 능력있지만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행복(멘트)"이라 여기고 "여자를 사랑할 줄도 아는" 남자가 주인공.그는 신사복과 자전거,배낭을 매치시킬 만큼 앞선 패션감각을 갖춘 전형적인 보보스다. 대우증권이 지난해부터 내보내고 있는 고소득 전문직 타깃의 랩어카운트(자산종합관리) "플랜마스터"CF(제작 오리콤)도 보보스 광고의 대표작중 하나로 꼽힌다. 여기선 "자산관리는 플랜마스터에 맡기시고 당신은 인생에 투자하십시요"라는 카피 아래 재즈연주.영화출연 등 취미를 즐기는 변호사와 치과의사를 등장시켜 "자기만의 세계를 가진 성공한 보보스의 삶"을 그리고 있다. 대우증권은 2001년 플랜마스터 상품에서 4천억원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여기엔 이 광고의 기여도가 상당히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예작 와이셔츠의 라디오 광고(제작 코레콤)도 비슷하다. "변호사 000입니다.부와 명예,일과 사랑,그리고 나를 말해주는 것은 반드시 손에 넣습니다. 그래서 전 예작을 입습니다"라는 내용이다. KTF의 기업 PR 넥타이와 청바지 편(제작 제일기획)은 롤러블레이드를 타고 출근하는 기업체 사장,여성용 상품 "드라마" 광고(제작 웰콤)는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의 파티를 통해 보보스의 삶을 소개하고 있다. 제일기획 AE 기민수씨는 "IMF 한파를 겪은 이후 우리 사회에서 "가족"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라 이제는 "능력"의 정의 자체가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돈을 잘 버는 게 전부가 아니고 가족을 챙기고 자기 자신도 가꿀 줄 알아야 정말 능력있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는 얘기다. 오리콤 브랜드전략연구소 이동준 차장은 "프레스티지 마케팅의 주 대상인 30~40대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는 현재 6만~7만명으로 추산되고 이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이들의 구매력과 소비 성향을 고려해 볼때 이들을 겨냥한 프레스티지 마케팅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