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법률사무소 못지않다' 국민은행 법무팀 직원들은 요즘 이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곳엔 팀장인 고창은 변호사를 포함해 국내 변호사가 3명이나 포진해 있고 나머지 16명의 팀원들도 모두 법대 출신이다. 지난해 11월 은행간 합병으로 옛 국민은행 법규팀과 주택은행 법무팀이 통합돼 탄생한 국민은행 법무팀은 이 은행의 전국 1천2백여 영업점에서 발생하는 은행업무 전반에 대한 '법률주치의'다. 국민은행 법무팀 직원들은 요즘 눈코뜰새없이 바쁘다. 현재 이 은행의 모든 부서들은 합병 전 제각각이었던 업무 규정을 단일화하는 작업을 진행중인데 법무팀은 이 단일 규정에 대한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 평상시에도 법무팀원들은 전국 지점에서 물어오는 각종 법률문의에 실시간으로 답하고 은행업무와 관련된 수많은 약관이나 계약서 등에 대한 법률 검토작업을 해야 한다. 팀원 한 사람당 20~1백여건씩 배당된 은행의 소송을 직접 수행하기도 한다. 국민은행 법무팀을 이끌고 있는 고 변호사는 연수원(29기)을 졸업하던 지난 2000년 2월 옛 주택은행 법무팀에 입사, 이제 막 3년차로 접어든 사내 변호사다. 그는 지난해 11월 통합 국민은행이 본격적으로 탄생하기 전까지 합병 절차와 조건,합병 계약서 작성 등 합병과 관련된 제반 업무에 대한 법률 자문역을 해냈다. 평소 금융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고 변호사는 이곳에 합류하기 전 한 로펌(법률회사)에 잠시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로펌 변호사 업무는 주로 고객 문의에 대한 의견서 작성을 해주는데 머무는 등 다소 정적인 측면이 강해 은행의 사내 변호사로 직접 '현실'과 부딪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고 변호사는 "사내 변호사들은 문제가 발생한 즉석에서 현실에 가장 적합하고 실효성 있는 법률적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 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고 변호사는 입사 후 지금까지도 한달에 20일 정도는 밤 11~12시에 퇴근할 만큼 일에 파묻혀 살고 있다. 고 변호사 옆에는 2001년 2월 입사한 임은상 변호사(연수원 30기)가 있다. 송무에서 법률 자문에 이르기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며 고 변호사의 업무를 많이 덜어주고 있다는게 주변의 설명이다. 임 변호사는 요즘들어 기업들의 회사정리(법정관리) 절차와 강제집행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 중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1월 연수원 31기 출신의 김채윤 변호사를 새 식구로 맞았다. '통합법무팀'의 첫 변호사인 셈이다. 은행 자산이 1백50조원이 넘고 영업점도 전국 1천2백개 가량인 초대형 은행 국민은행의 법무팀 업무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연수원에서 국제거래법을 전공한 김 변호사는 국제 거래 업무에 관심이 많다. 입사한지 얼마 안됐지만 외국어 실력이 뛰어나 현재 국민은행과 ING그룹간 외자 유치 협상팀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법무팀에 속해 있지 않지만 국민은행에는 2명의 미국 변호사도 있다. 미국 뉴욕주 변호사인 이동철 과장은 현재 미국 로펌에서 연수중이다. 국제금융팀에서 국제금융업무를 지원하고 있는 송영모 대리도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이 있다. 법무팀은 필요하면 언제든지 이들 국제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장기적으로 법무팀 변호사 등을 해외에 유학보내 외국 변호사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지원해 줄 계획을 갖고 있다고 고 변호사는 전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국민은행 법무팀은 국내 변호사는 물론 국제 변호사를 두루 갖춘 전문 법률회사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