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업계가 신용카드 회사에 지급하는 가맹점 수수료를 끌어내리기 위해 또다시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9일부터 삼성카드를 가능한한 받지 않기로 하고 이 회사 카드를 제시하는 고객에게는 다른 카드로 결제토록 유도하고 있다. 삼성카드만 소지하고 있는 고객에게는 롯데백화점 카드를 발급받도록 권유하고 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도 각각 11일, 12일부터 LG카드와 삼성카드를 상대로 같은 형태의 실력행사를 하기로 했다. 백화점 '빅3'의 요구는 백화점에 적용되는 가맹점 수수료를 현행 결제금액의 2.5%에서 1.5%로 낮추라는 것. 하지만 신용카드 회사들은 2.2%로 인하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도 백화점업계가 이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불편만 가중시킬 뿐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타협점을 찾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 타깃은 삼성.LG카드 =롯데백화점과 비씨카드가 양측의 대표선수로 맞붙었던 2000년초 의 수수료 분쟁 때와 달리 이번에는 삼성과 LG카드가 공격대상이다. 백화점 업계는 그 이유를 "비씨는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지만 삼성과 LG는 눈치만 보면서 시간 끌기에 주력하는 등 협상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삼성이 롯데와 현대백화점으로부터 동시에 공격을 받게 된 데는 이 외에도 다른 요인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얼마 전에 선불형 상품권(삼성기프트카드)으로 상품권 시장에 뛰어들어 상품권 판매를 확대하고 있는 백화점 업계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것. 특히 롯데백화점의 경우엔 카드업 진출을 위해 강공을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제에 백화점카드 고객을 늘려 카드업진출에 유리한 발판을 만들려 한다는게 카드업계의 관측이다. ◇ 양측의 입장 =백화점들은 저금리기조가 정착되면서 카드사들이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는 만큼 수수료를 낮출 여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또 백화점이 카드사의 수익에 기여하는 부분이 큰 만큼 적절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넘게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어 불가피하게 실력행사에 나섰다는 것. 백화점협회는 "카드사들이 당초 지난 연말까지이던 의사표명 시한을 2월15일, 2월말 등으로 계속 연장하는 등 시간 끌기에만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삼성과 LG카드는 백화점들의 카드결제거부 유도행위는 '카드고객의 권리를 수수료와 맞바꾸려는 파렴치한 행위'라며 격분하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 8일까지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며 "카드 사용이 늘어나는 주말(9∼10일)을 기점으로 사전통보 없이 거부행위에 들어간 것은 고객을 골탕먹이기 위한 것 밖에 안된다"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삼성은 "백화점들이 수수료율을 40%나 내리라는 것(2.5%→1.5%)은 현실적으로 들어주기 어려운 요구"라며 협상을 계속할 것을 촉구했다. 고기완 백광엽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