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게이트 때마다 비리의 사슬로 드러나곤 했던 해외 CB(전환사채)와 BW(신주인수권부사채)의 제도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한 논의가 마침내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모양이다. 발행자체에 대해 새로운 규제를 가하지 않는 대신 주식전환가격과 신주인수권행사가격의 재조정 절차와 공시제도를 손질함으로써 CB와 BW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는 것은 재대로 된 방향이라고 본다. 쟁점이 돼온 전환가격과 행사가격의 재조정 문제에 대해선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얻어야 가격조정이 가능토록 의견접근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이사회 결의만으로 가격 재조정이 가능했고 과도하고 잦은 가격조정으로 주식가치의 희석에 따른 기존 주주의 권익침해가 문제돼 왔던 만큼 주총을 통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고 경영진의 '독단'에 대한 감시기능을 높인다면 기업의 자금조달과 주주이익 보호라는 이해관계가 상반된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균형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주가가 떨어지면 얼마든지 가격조정이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해 한국기업이 발행하는 CB와 BW에 대해 무분별한 요구조건을 내걸었던 해외 자본가의 행태에 제동을 거는 효과도 기대된다. 발행 당시 결정된 전환가나 행사가격에 비해 60~70%까지 가격을 재조정해주는 일부 벤처기업의 사례 때문에 해외 CB나 BW를 발행하는 한국기업의 협상력은 아예 없다시피 했지만 주총이란 견제장치를 명분삼으면 헐값 발행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이밖에 해외CB와 BW가 편법으로 내국인에게 팔리고 심지어 불법 로비자금으로 사용되고 있는 악용사례를 막기 위해 1년간 내국인의 취득을 금하고 해외발행 때 이사회 결의, 발행조건 확정, 발행완료 상황 등을 3차례에 걸쳐 공시토록 의견을 모아가고 있는 것은 당연한 접근이라고 하겠다. CB나 BW의 가격재조정에 대해 우리는 현재 명시적인 규정을 두지 않고 있지만 엄격한 공시를 통해 시장이 편법발행을 감시토록 하는 것은 선진국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이같은 제도 개선에도 불구,대주주와 경영진이 동일인인 일부 벤처기업에선 마음만 먹으면 주총이나 시장의 견제를 피해갈 수 있는 만큼 편법 CB와 BW 발행에 대해선 감독기관이 각별히 감시하고 위법사례에 대해선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 기업의 자금조달 통로는 가능한 한 열어둬야 하지만 엄중한 단속과 처벌은 제도개선에 못지 않게 불법과 편법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