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기관인 농촌경제연구원이 쌀값 하락으로 인한 농가소득 감소액의 일정부분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대신 쌀값을 시장기능에 맡기는 내용의 '쌀산업 중장기대책 방안'을 내놓았다. 지난해에도 대규모 농민시위로 한바탕 소동을 치렀지만 언제까지나 막대한 재정부담을 감수하면서 현행 추곡수매제도를 유지할 수는 없다고 볼 때 뭔가 대책이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쌀시장개방 유예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데다 주식인 쌀의 정치·사회적 비중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농경연 방안은 기본적으로 시장기능을 통해 쌀생산량이 자연스럽게 줄어들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휴경(休耕)이나 전작(轉作) 같은 인위적인 생산조정 방안보다 장점이 많다고 본다. 휴경이나 전작은 △노는 땅과 부재지주의 보조금 수혜에 대한 비난여론 △감시비용 부담과 비리발생 우려 등 여러가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이 제도를 통한 쌀값 지지(농민지원) 효과도 조만간 있을 시장개방을 감안하면 한계가 너무도 뚜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3개년 평균가격과의 차액 70%를 정부가 보조하는 '소득보전 직불제'건 아니면 휴경이나 전작을 통한 쌀생산량 감축이건 모두 재정부담을 통해 쌀 과잉생산을 줄이고 이에 따른 농가소득감소 충격을 완화하려 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렇다면 관계당국은 쌀수급 균형을 위해 도대체 언제까지 재정부담을 질 것인지 명확히 해야 마땅하다. 쌀시장이 개방될 경우 쌀값은 앞으로 상당기간 하락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소득보전 직불제 역시 추곡수매제처럼 두고두고 재정적자만 가중시키지 않도록 미리 시한을 정하거나 보전율 축소방안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쌀 과잉생산 해소에 따른 농가소득 보전의 불가피성을 이해한다. 그러나 이 문제에만 치중하다 보니 '중장기 대책'에 걸맞지 않게 국내 쌀농업의 경쟁력 강화에 관한 이렇다할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 농가당 영농규모를 대형화함으로써 국산쌀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일본처럼 쌀품질을 고급화하고 산지별로 특화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농경연 주장대로 보유중인 과잉 쌀재고를 주정용이나 북한지원용으로 처분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할만 하지만,그럴 경우 올해부터 4년동안 3조3천8백억원의 재정손실을 본다니 이 또한 보통 일이 아니다. 식량안보 차원에서도 그렇고 재정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쌀재고 처분은 단계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