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의 급등은 예상밖이다. 그동안 달러당 1백35~1백40엔선으로 엔화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지금 1백30엔선을 넘어 1백29엔선으로 올라와 있다. 엔화는 앞으로 '단기 강세-중장기 혼조'의 흐름을 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왜 오르나 =아이러니컬하게도 미국경제가 급속히 좋아지고 있는게 최대 요인이다. 미국경제가 좋아지면 달러가치가 오르고 엔화가치는 떨어져야 정상이나 현 상황은 그 반대다. 이는 외환투자자들이 미경제 회복보다는 미경제회복으로 인한 일본경제 회생 가능성을 더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미국의 1월 공장주문 증가율이 예상치(1.5%)보다 높은 1.6%로 발표되자 뉴욕시장에서 엔화가치는 달러당 1백32엔선에서 순식간에 1백30.4엔으로 급등했다. 미국의 공장주문 증가로 일본의 대미수출이 늘어나고 그 결과 일본경제의 조기회생도 가능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같은 경기회생 전망에다 일본 정부의 주식공매 제한조치와 외국금융기관들의 일본주식매입 추천 등으로 일본증시가 급등하자 엔화상승세는 가속화됐다. 닛케이평균주가는 7일 2.55% 상승한 1만1천6백48.34엔을 기록, 한달 사이에 22%나 올랐다. 최근 메릴린치증권과 CSFB은행은 "일본 정부의 증시부양책과 경기회생 전망에 힘입어 증시가 더 오를 것"이라며 일본주식 매입을 권고했다. 이달말의 2001회계연도 결산을 앞두고 기업들이 해외자금을 본국으로 들여오고 있는 것도 엔화상승 요인중 하나다. 일본기업들은 결산실적을 좋게 하기위해 매년 결산달이 되면 해외에서 거둔 영업및 투자이익을 국내로 가져온다. 이 과정에서 달러등 외화를 엔화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엔화수요가 급증, 엔화가치가 오른다. ◇ 향후 엔화 흐름은 =단기적으로 좀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중기 전망은 현수준 유지와 하락반전으로 엇갈린다. 엔화가치는 이달중 1백20엔대 중반까지 오를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도쿄미쓰비시은행의 외환매니저 다소 타다도시는 "정부의 증시부양책과 기업들의 해외자금유입이 3월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엔화가치가 2~3주내에 1백26엔까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NG베어링은행의 외환전략가 존 매카시도 외국금융기관들의 일본주식매입 추천효과등으로 일본 증시가 좀 더 오를 것이라는 점을 들며 이달안에 1백27~1백28엔으로 상승할 것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오는 2.4분기(4~6월)에는 엔화가치가 1백40엔선으로 급락할 것이라는 관측과 지금처럼 1백30엔 주변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예상으로 나뉘어져 있다. 엔화가 급락할 것으로 보는 측은 증시부양및 기업의 결산송금과 같은 일시적인 엔화회복 요인들이 사라지면 일본경제 불안이라는 재료가 다시 부각돼 1백40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1백30엔 근처에서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미경제 회복에 힘입어 2.4분기중에 일본경제도 바닥을 칠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이와관련, JP모건 도쿄법인의 가노 마사키 수석연구원은 "일본경제가 저점에 근접했다"며 2.4분기에 바닥을 칠 것으로 진단했다. 이정훈 전문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