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윈도버전 만을 출시하라" "그럴바에는 아예 윈도제품을 시장에서 철수하고,새로운 개발도 중단하겠다" 미국 법무부 및 9개 주정부와 달리 마이크로소프트(MS)사와의 화해를 거부한 캘리포니아주 등 다른 9개 주정부의 요구에 MS는 이렇게 반발했다. MS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발머의 이런 극단적 발언이 공개되자 향후 소송추이에 대해 언론이나 관련업계의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MS가 왜 이렇게까지 나올까. 화해를 거부하는 주정부는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비롯해 핵심적인 미들웨어성 프로그램을 '번들링'하지 않은 순수한 윈도버전을 요구했다. MS의 윈도 위에서 어느 회사의 미들웨어이든 공정한 경쟁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미들웨어 경쟁업체들로서는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MS의 생각은 그게 아니다. 단순한 미들웨어 시장에서의 경쟁차원이 아니라 근원적으로 윈도 그 자체에 대한 위협과 공격으로 본다. 미들웨어가 뭐길래 그럴까. 미들웨어는 그 자체로 응용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이 때문에 MS는 다른 회사의 특정 미들웨어가 우위를 차지하면 그러한 용도에 관한 한 윈도의 지위는 흔들린다고 생각한다. 윈도는 물론 다른 운용체제에서 기능하는 미들웨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한 점에서 보면 소송의 단초가 됐던 웹브라우저 전쟁부터 MS는 다르게 인식할 수 있다. 윈도의 독점을 이용,인터넷 익스플로러를 확장할 목적으로 넷스케이프사의 내비게이터를 몰아낸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내비게이터는 윈도 자체를 위협하는 미들웨어였고 그래서 제거가 불가피했다고 보는 것이다. 순수한 윈도버전 요구에 대한 MS의 자해성 협박은 윈도에 대한 MS의 집착이 어느 정도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MS의 집착이 아니라 윈도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아닐까. 협박을 가능하게 한 것도 그렇지만,협박이 얼마나 먹혀들 것인지도 결국 여기에 달렸으니 말이다. 안현실 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