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가 세계인의 건강에 끼치는 해악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담배는 매년 약 4백20만명을 죽음으로 이끈다. 이것은 전세계적으로 예방 가능한 사인(死因)중 가장 커다란 것으로 꼽힌다. 담배소비가 특히 청소년층과 개발도상국에서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2020년대 후반엔 매년 1천만명이 흡연 때문에 사망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인들의 흡연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남성의 경우 38%가,여성은 23%가 흡연자다. 동유럽 11개국에선 남성 흡연율이 50%를 넘어섰다. 불가리아 내과의사들 가운데 52.3%가 흡연자란 통계도 있다. 핀란드 아이슬란드 이탈리아 슬로베니아 스웨덴 등 5개국만이 최근 성인 흡연율을 25% 이하로 낮출 수 있었다. 여성과 청소년의 흡연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담배회사들이 청소년 및 여성에 대한 판촉활동을 강화한 데 따른 것이다. 담배업계의 판촉대상은 지속적으로 변해왔다. 처음엔 부유한 나라의 남성들이 대상이었다. 현재는 부자나라의 여성과 가난한 나라의 남성이 타깃이다. 결과적으로 선진국 대부분에서 여성들이 남성과 같이 담배를 피우며 남성처럼 죽어가고 있다. 각국 정부는 환경 및 경제적인 측면에서 담배업계를 더욱 강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 간접 흡연자는 더 적극적으로 깨끗한 공기를 마실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세금을 통한 담배가격 인상도 효과적인 금연 유인책이다. 세계청소년담배조사(GYTS)에 따르면 특히 13∼15세의 학생들이 매우 심각한 간접흡연에 노출돼 있다. 이 조사는 43개국 75개 도시를 대상으로 했는데,이곳에서 약 25%의 학생들이 열 살 때 처음 흡연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를 피우는 열 명중 여섯 명이 금연하기를 원했으며 자신들을 타깃으로 한 흡연 마케팅을 그만두라고 요구했다. 메시지는 분명하다. 담배회사들은 청소년에게 어떤 영향도 미쳐선 안된다. 각 사회단체들은 담배업계로부터 청소년 금연행사를 위해 금전적인 도움을 받아서도 안된다. 담배업계가 지원하는 청소년 금연 캠페인은 주로 '흡연은 어른들의 습관'임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청소년에게 흡연이 어른들의 행위임을 강조하는 것보다 더 유혹적인 것은 없다. 담배업계가 지원하는 캠페인은 모두 전체소비를 늘리려는 불순한 의도가 내재돼 있다. 담배회사들이 자신의 더러운 오명을 희석시키려는 어떠한 의도에도 휘말려선 안된다. 영국의 담배회사 BAT는 18∼25세의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최근 암스테르담에 담배소매점을 열었다. 여기선 담배 뿐만 아니라 각종 액세서리 신문 잡지 음식물 등을 판매한다. 음악과 무료 커피도 제공된다. 이곳이 성공을 거둔다면 이같은 소매점은 전세계로 확산될 것이다. 담배회사들의 이같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차단하기 위해 미 캘리포니아주는 술집 등에서 25세 이하의 흡연을 금지했다. 담배회사들은 청소년을 타깃으로 삼지 않는다고 끊임없이 강조한다. 하지만 이들은 청소년들이 열광하는 스포츠를 후원하거나 각종 이벤트를 지원함으로써 어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우도록 만든다. 세계 금연의 날인 5월31일은 올해엔 공교롭게도 '한·일 월드컵'이 개최되는 날이다. 월드컵의 모든 행사엔 '금연'이 기본이다. 모든 사람들이 '담배없는 스포츠'에 동참하고 담배회사들의 더러운 마케팅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정리=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 ◇이 글은 그로 할렘 브루틀란트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최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담배없는 유럽을 위한 WHO·유럽 장관급 회담'에 참석,연설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