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S&P,피치와 함께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Moody's)가 연례협의차 서울에 왔었다. 그리고 이달 말에는 피치가 온다. 현재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S&P의 경우를 볼 때,BBB+(트리플B플러스)로 70점정도 수준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는 80점대 수준인 AA-(더블A마이너스)였으나,외환위기 이후 낙제 점수인 B+(B플러스)까지 10단계 하락한 바 있다. 신용등급에선 60점은 BBB-(트리플B마이너스)다. 이 등급이 되지 않는 국가에서 채권을 발행하면 정크본드(쓰레기 채권)가 돼 일반투자자들은 투자를 회피한다. 우리 국가신용등급이 B+ 수준이었던 외환위기 때에는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채권을 발행할 수 없었고,국내 금융기관들도 외화자금을 차입할 수 없었다. 국가신용등급 상향은 국가명예뿐만 아니라 자금조달,해외투자 유치 등 경제적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유발한다. 만약 국가신용등급을 연말까지 80점대인 A수준으로 올리면,소위 코리안 디스카운트를 낮춤으로써 해외자금 조달 측면에서만도 연간 수억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외환위기 이전 한국정부는 외국신용평가회사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 무디스,S&P나 피치가 민간회사라는 이유도 있지만 우리 등급이 좋았기 때문에,이들의 파괴력을 못느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사정은 크게 달라졌다. 이번 무디스 실사팀이 방한했을 때도 재경부는 대책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리고 정책기획위원회에서도 국가신인도 개선을 위한 정책건의보고서를 마련하고 있다. 한국경제가 지금 환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면 국가신용등급도 당연히 AA-를 받아야 된다. 그러나 한번 하락한 등급은 회복하기가 힘들다. 1983년 외환위기를 겪었던 이스라엘의 경우 A-로 회복하는 데 12년이나 걸렸다. 한국경제를 구조적으로 보았을 때 1997년 이전보다 향상된 분야가 많다. 신용평가회사가 가장 비중을 두고 분석하는 대외 유동성 항목에서 획기적인 개선이 있었다. 외환보유고가 1천50억달러로 세계 5위를 기록하고 있고,1999년에는 채무국에서 순채권국으로 전환됐으며,1998년 이후 8백2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시현하고 있다. 또 기업과 금융의 구조조정으로 시장경제 질서의 기본 틀이 튼튼해졌다. 기업의 부채비율은 3백63%에서 1백95% 수준으로 떨어졌으며,수익성 위주의 경영 패러다임이 정착돼가고 있다. 금융부문에서는 전체 금융회사 4분의 1에 해당되는 6백개의 부실금융회사가 정리됐으며,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대형금융회사를 회생시켰다. FLC(신자산 건전성 분류기준)를 엄격히 적용해 부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고 있고,금융회사의 BIS비율도 7%수준에서 11%수준으로 향상됐다. 외환위기를 맞지 않고 이러한 구조조정을 했다면 우리 국가신용등급은 일본이나 대만 수준인 AA(더블A)까지 와 있어야 된다. 그러나 신용평가회사는 추가 구조조정,노사관계,기업 투명성의 개선 없이는 등급 회복이 힘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용평가회사들은 한국경제를 실상보다 낮게 평가하고 있는 듯하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국가신용등급과는 무관하게 우리경제를 높게 평가하기 시작했다. 국제금융센터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계 금융회사가 일본계 금융회사보다 낮은 차입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으며,부도 스와프시장(5년만기 Credit Default Swap)에서도 신용도 낮은 한국산업은행이 신용도가 더 높은 도쿄미쓰비시은행보다 0.3% 낮은 수준에서 호가되고 있다. 어떤 면에서 보면 미국계 신용평가회사들이 자국 투자가들과 이해관계가 있는 하이닉스 대우자동차 등에 너무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우리 경제는 엄청난 사회비용을 치르면서 구조조정을 해 왔다. 갈 길은 멀지만 가시적 성과는 크다. 이러한 성과를 대외적으로 적정하게 평가받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은 신용평가회사들로부터 우리들의 구조조정 노력을 사실대로 평가받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할 때다. 연말 쯤에는 국가신용등급 A를 받도록 해야 되겠다. ydeuh@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