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다, 대출!' '아! 쉽다, 대출' 모 카드사의 카드론 광고 문구다. 신용카드 대출서비스(현금서비스+카드론)의 특성을 단적으로 설명해 주는 문구라는 지적이다. 신용카드를 통한 대출은 은행 등 다른 금융회사 대출과 달리 신청서류 작성이나 신용조회 등의 부대절차가 모두 생략된다. ARS(자동응답) 전화를 통해 신청과 동시에 곧바로 최고 1천만원까지 대출받는다. 절차로만 따지면 광고문구 그대로 더없이 쉬운게 카드 대출이다. 이런 신속성과 편의성에 힘입어 카드사 대출은 금융시장에서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급전(急錢)이 아쉬운 서민들에게 간편한 자금줄로 자리잡고 있는 것. ◇ 급증하는 이용액 =LG투자증권이 추정한 지난해 현금서비스 총 이용액은 2백52조4천억원. 전년도보다 73.7% 늘어난 수치다. 현금서비스 이용액은 지난 1998년 32조7천억원, 1999년 48조1천억원, 2000년 1백45조3천억원으로 수직 상승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처럼 카드대출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편리성 외에 금리도 상대적으로 싼 편이기 때문이란게 업계 분석이다. 카드를 통한 현금서비스 이자율은 연 11.3∼25.7%. 개인 신용도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카드론 금리는 이보다 낮은 연 8∼19%다. 반면 은행(인터넷대출)은 연 8∼14%, 캐피털(대출카드)은 8∼21%, 저축은행(소액신용)은 연 28∼60%, 일본계 대금업체는 98%의 이자율을 물린다. 특히 캐피털과 저축은행은 카드사와 달리 대출시 선이자에 해당하는 취급수수료(1∼3%)를 부과, 실질 이자는 더 높다. "은행을 제외하곤 신용카드가 서민들의 가장 저렴한 급전 융통수단"(여신금융업협회 이보우 상무)이라는 설명이다. ◇ 고(高)금리 공방 =카드 대출금리는 계속 인하되는 추세다. 카드회사들의 자금조달 금리가 저금리 덕에 지난 1998년말 연 13.9%에서 최근 연 7.5%대로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1998년에만 해도 연 27%에 달했던 현금서비스 평균 이자율이 요샌 연 18.5%(3월 현재, 각사 단순평균치)로 낮아졌다. 업계는 카드 대출금리 인하가 앞으로도 '시장원리'에 따라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전용카드, 은행 인터넷대출 등 현금서비스 대체상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경쟁이 자연스레 유발되고 이는 곧 현금서비스 이자율 인하로 이어질 것"(국민은행 박종인 부행장)이라는 전망이다. 샬리쉬 베이드원 비자카드 아태담당 총괄이사도 "현금서비스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자율)이 결정되는 금융상품"이라며 "시장원리에 맡겨 놓는다면 수요와 공급의 접점에서 합리적인 가격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 칼 빼든 정부 =금융감독원은 카드회사들의 대출 서비스가 너무 간편한 나머지 신용불량자들도 손쉽게 카드 대출을 이용, 금융질서를 위협하고 있다며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현금서비스 이용액이 늘면서 카드 연체율이 높아지고, 이는 카드사의 부실로 연결될 것이란 논리도 덧붙였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내년 말까지 카드사의 대출서비스 비중을 전체 카드사용액의 50% 미만으로 줄이도록 강력한 행정지도를 펴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카드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서민금융 소비자들이 당장 직격탄을 맞게 될 전망이다. 현재 카드사들의 대출서비스 비중이 전체 사용액의 65%를 넘기 때문이다. 카드회사에서 '축출'되는 급전이용자들은 더 비싼 이자를 물고 대금회사나 사채업소 등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카드사들은 이 점을 들어 "누구를 위한 대출서비스 억제냐"고 항변한다. 또 정부의 주장과 달리 국내 카드사들의 연체율은 해외 유수 카드회사들에 비해 양호한 편이라는게 업계의 반론이다. LG카드와 국민카드의 지난해 연체율은 각각 2.4%와 5.2%. 세계적 금융사인 MBNA(4.6%)나 프로비디언(6.0%)에 뒤지지 않는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 ----------------------------------------------------------------- 특별취재팀 =이학영 금융팀장 고기완 허원순 백광엽 정한영 박수진 박해영 김인식 최철규 송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