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별을 선언하는 남자에게 들고 있던 음료수 병을 쏟아 부어버리고 뭇 남자들의 공격에 화려한 액션을 펼치며 맞서는 여자.사랑을 쟁취하는 데도 적극적이어서 맘에 드는 남자가 있으면 거리낌없이 (카메라로) 얼굴을 찍어두고 남자가 몸을 치켜들 때 배가 살짝 드러나자 "배꼽이 예쁘시네요"라며 먼저 말을 건넨다. CF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갈수록 강하고 도발적인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당당하게 자신을 과시하는 건 평범할 정도고 이제는 남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공격적인 태도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웅진식품의 매실음료인 "초록매실"의 새 CF는 최근 한창 인기있는 신인 가수 장나라와 남자 탤런트 김재원을 내세워 신세대식 이별을 보여준다. 대학교 구내 복도에서 마주친 남자와 여자.남자가 여자에게 "난 널 사랑한 적이 없어!"라고 말하자 여자의 눈엔 잠시 눈물이 고인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여자는 바로 손을 들어 병에 든 음료(초록매실)를 남자의 얼굴에 끼얹고 매몰차게 돌아선다. 기획사 코래드 측은 "10대의 감성에 맞추기 위해 이처럼 거친(?) 여자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광고주인 웅진식품은 청량음료와 쌀음료 등에 몰려있던 10대 소비자를 매실과즙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이 CF를 계획했고 이에 따라 음료시장의 최대 소비층인 10대의 감성에 맞추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는 것.이 CF의 설정은 10대의 취향을 분석한 결과였다. 비자카드는 영화 "와호장룡"으로 잘 알려진 중국 출신 배우 장쯔이를 내세워 마치 무협영화 같은 CF를 만들었다. 장쯔이가 고급 레스토랑에서 수프를 먹다가 "너무 짜다"는 불평을 했다가 주방장과 종업원들의 집중 공격을 받자 공중으로 날아올라 벽 천장 샹들리에 등으로 뛰어다니며 격투를 벌인다는 내용.CF는 부서진 집기에 대해 배상을 청구하는 종업원에게 장쯔이가 비자카드를 던지면서 끝난다. 비자카드는 한국 홍콩 등 아시아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이 CF를 기획했다. 제작사는 다국적 광고업체 BBDO,촬영감독은 영화 매트릭스의 감독 브루스 헌트.국내 방영분은 한국어 더빙판이다. 비자카드 측은 "자체 평가 결과 미녀와 파격적인 액션의 조합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면서 "특히 카드 광고에서는 왕성한 소비 주체로서 활발한 여성을 등장시키는 게 대세"라고 전했다. 남성에게 먼저 다가서는 여성도 흔한 소재다. SK텔레텍은 카메라폰(카메라가 달린 휴대폰) CF(제작 TBWA코리아)에서 마음에 드는 남자와 마주치자 당돌하게 앞을 가로막고 카메라폰으로 얼굴 사진을 찍는 여자를 등장시켰다. 이 때 나오는 멘트는 "일단 찍어둔다.사랑은 그 다음이다". 롯데칠성의 캔커피 "레쓰비" CF(제작 대홍기획)는 기차 객실에서 마주치자 먼저 말을 건네는 여자를 소재로 삼았다. 남자가 마음에 들어도 입 "꾹" 다물고 기다리는 "미덕"은 옛 말이 된 셈이다. 게다가 건네는 첫 마디는 "배꼽이 참 이쁘시네요"다. TBWA코리아 이상규 차장은 "청춘 남녀를 등장시키는 광고에서는 용감한 여자와 부드러운 남자가 고정 패턴으로 자리잡았다"면서 "여성과 청소년을 주 타깃으로 삼은 제품일수록 터프하고 도발적인 여성을 많이 등장시킨다"고 말했다. 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