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이 최근 예금보험공사에 풋백옵션을 행사하면서 국내 시중은행들이 정상 여신으로 분류한 건전한 기업의 채권까지 임의로 '고정이하'로 분류해 되사줄 것을 요구해 예보가 반발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8일 "제일은행이 행사한 4천5백62억원어치의 풋백 청구액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천2백85억원이 국내 금융기관들로부터 건전 여신으로 평가받고 있고 이중에는 한번도 연체 사실이 없는 양호한 여신도 일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제일은행이 이번에 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 채권을 되사줄 것을 요구한 회사에는 세풍 갑을 등 워크아웃 여신외에 항공 해운업종의 비교적 멀쩡한 기업여신도 포함돼 있다. 이 명단에는 지난해 워크아웃을 졸업한 D사와 최근 경영이 호전되고 있는 H사 등 10여개 기업도 올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보 관계자는 "풋백옵션 대상에 오른 D사는 최근 신용도가 올라 신규차입까지 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히고 "제일은행이 이런 여신까지 고정이하로 분류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제일은행이 지난해까지 '정상'으로 분류했던 회사 여신을 이번엔 고정이하로 분류한 만큼 여신 관리에 대한 제일은행의 책임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금보험공사는 이들 채권에 대한 조사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한달 내에 수용여부를 결정, 제일은행에 통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제일은행이 고정이하로 분류한 기업들에 대해 다른 은행들의 경쟁적인 자금회수가 일어날 경우 금융시장에 심각한 파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편 제일은행의 풋백조건은 옵션행사 여부를 판단할 때 이 은행이 자체적으로 정한 '미래상환능력 기준(FLC)'을 따르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