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의 과도한 풋백옵션 행사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회생과정에 있는 기업들까지 고정이하로 간주해 포함시킨 것이 말썽이다. 예보측은 정밀실사를 거친후 일단 되사줄 여신은 되사줄 계획이다. 상당부분을 되사줄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의견도 많다. 그러나 재매입 여부를 놓고 예보 내부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한 예보 관계자는 "지난해 정상으로 분류했던 여신까지 되사줄 것을 요구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일은행이 풋백을 요구한 일반여신 2천2백85억원 대부분은 그동안 연체가 거의 없었고 따라서 부실로 판단할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자산 건전성 잣대는 은행이 임의로 들이댈 수 있다. 하지만 제일은행의 기준을 국내 다른 금융회사들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이 때문에 제일은행은 기업이 죽고 사는데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고정이하로 분류된 D사, H사, 또다른 D사등은 한창 경영여건이 호전되고 있는 업체들이다. 결국 제일은행은 일반기업 여신에 대한 풋백옵션 행사기한을 앞두고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여신은 무차별적으로 고정이하로 분류한 다음 풋백옵션을 행사했다는 해석이다. 덕분에 지난해 시중은행중 제일은행 만이 유일하게 고정이하 여신이 늘어나는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일반 여신에 대한 풋백행사 기한은 지난 연말로 끝났다. 제일은행은 고정이하 여신에 대한 충당금 역시 평균 이상인 50%에 육박한 수준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예보가 제일은행 경영에 관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예보는 뉴브리지에 이어 지분 49%를 확보한 2대주주이지만 계약상 주요 의사결정권한은 뉴브리지가 갖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은행업계는 뉴브리지캐피털이 공적자금이 투입된 제일은행이 정상화되면 그 지분 51%를 되팔아 차익을 남기고 떠나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또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 경영에 대해서는 내국계 외국계를 가리지 않고 철저한 감독권한이 행사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새삼 제기되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