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벤처게이트와 각종 비리 등으로 벤처정책에 대한 비판이 일자 정부가 개선책을 내놓았다. 어제 벤처기업활성화위원회에서 확정한 벤처기업 건전화 방안이 그것이다. 그동안 말도 많았던 벤처확인제도에 대한 적용시한은 축소하는 대신 확인요건을 강화한 것이 주요 골격이다. 그리고 벤처기업육성특별법은 당초대로 2007년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한마디로 하루아침에 정책을 바꿀 수 없다는 현실적 문제를 감안한 일종의 과도기적 조치로 평가할 수 있겠다. 큰 논란이 됐던 벤처확인제도의 경우 벤처기업육성특별법이 존속하는 한 이를 폐지하기 어렵다고 정부는 판단한 듯하다. 특별법의 지원대상을 어떤 형태로든 정의할 수밖에 없다고 봤을 것이다. 벤처확인제도를 2005년까지로 단축한다고 하지만 신규확인된 기업의 유효기간이 2년임을 생각하면 이것 역시 특별법 존속기간동안의 지원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는 일단 벤처기업의 확인요건을 강화하는 것에서부터 비리소지를 없애자고 생각한 것 같다. 사실 벤처기업 확인요건은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특히 현재 1만여개 벤처기업중 60% 정도가 기술평가기관에서 확인됐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평가기관의 자의적 판단이 큰 문제였다. 이번에 평가기관 실명제 도입을 포함해 몇가지 요건상의 보완조치는 그런 점에서 진일보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간의 각종 벤처비리가 단순히 확인요건 자체만의 문제에 기인한 것이 결코 아니었음을 지적하고 싶다. 엄밀히 말하면 각종 세제상의 혜택 등 특별법상의 지원대상일 뿐인 확인요건이 어쨌건 정부가 벤처기업을 인증하고, 나아가 성공까지 보증해 준 것처럼 인식됐다. 각종 비리는 바로 그런 인식을 십분 이용한 결과였다. 이것은 정부의 무리한 직접적 개입이 어떤 위험을 수반하는지를 잘 보여준 것이라고 하겠다. 이번에 정부가 벤처확인제도의 운영기한을 단축하고 확인요건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과도기적인 조치일 뿐이라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지금부터 벤처기업육성특별법 이후를 서둘러 준비해 나가야 한다. 벤처캐피털 코스닥시장 인수합병시장이 제대로 기능, 벤처기업의 성공과 실패가 시장에서 가려지도록 인프라 확충과 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벤처기업 정책의 중심을 연구개발로 옮기고, 시장에서 외면하기 쉬운 초기 벤처기업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