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룡 전 주일대사가 26일 서울로 돌아갔다. 2000년 3월 부임한 후 23개월만이다. 최 전대사를 떠나 보낸 일본 정가와 언론의 표정엔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 있다. 지난 14일 열린 환송리셉션에는 일본을 주무르는 거물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대거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언론의 대접 또한 각별했다. 일본 최고의 칼럼니스트인 아사히신문의 후나이 요이치씨는 '최상룡 대사의 개성외교'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재임 중 활약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정치인을 비롯한 일본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최 전 대사와의 작별을 아쉬워하고 깍듯이 예의를 갖춘 이유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저명한 정치학자 출신의 최 전 대사가 지닌 학식과 고매한 인품은 일본인들을 매료시키기에 조금도 모자람이 없었다. 젊은 날 일본에서 공부하고,학위까지 받은 이력은 수많은 외국 대사들 중에서도 그를 최고의 일본통으로 인정받게 했다. 국력 순으로는 밀릴지 몰라도 외교가에서 최 전 대사의 위상과 보폭은 선진 강국 대사들에 한치도 뒤지지 않았다. 정부 각 부처건 국회건 황실에서건 그는 가는 곳마다 정중한 예우와 환대를 받았다. 고이즈미 총리는 대사와의 식사를 위해 관저를 찾아오기도 했다. 최 전 대사의 폭넓은 활약과 친교가 국가 위상제고에 힘이 됐을 것임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그러나 교포사회로 눈을 돌려보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일본사회가 준 점수와 재일한국인들이 매기는 점수가 다르다. 경제 현안 때문이다. 비판론자들은 한·일 관계가 좋아졌다지만 최근 1∼2년간 제대로 매듭된 것이 얼마나 있느냐고 묻는다. 이들은 물거품이 된 교포은행 설립 문제를 대표적 실패작으로 꼽고 있다. 일각에선 주일대사관의 정보부재와 협상력 부족,그리고 안일한 판단이 재일교포들로 하여금 5억여엔의 헛돈만 추진비용으로 날리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사는 외교전쟁의 최일선을 뛰는 장수다. 국위선양은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국위 못지 않게 소중한 또 다른 사명은'국익'이다. 28일 나리타공항에 내릴 신임 조세형 주일대사가 국익이라는 숙제를 어떻게 챙겨갈지 교민들은 주목하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