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일본에서 거품이 붕괴되고 있는 곳은 은행이나 법인고객뿐만이 아니다.

일본 전반의 금융시스템이 심각한 위험상태에 처해있다.

국내총생산(GDP)의 1백40%에 달하는 정부부채가 대표적인 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중 최고수준이며 선진7개국(G7)에서는 GDP대비 부채가 두번째로 많은 이탈리아보다도 무려 35%높은 수준이다.

지방정부나 특수공공법인들의 숨겨진 부채도 막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부채는 주로 지난 수십년간 집권당의 엘리트들이 지방유권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무모한 프로젝트를 남발한데 따른 영향이 크다.

유권자들은 그동안 제대로 마무리되지도 못한 교량이나 도로등에 그들의 세금이 낭비되는 것을 지켜봤다.

일본정부는 또 앞으로 수십년간 막대한 연금을 지불해야 한다.

고령자 인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이 부담은 앞으로 급증할 것이다.

이런 모든 요인들을 고려할 경우 일본의 공공부채는 GDP의 3백%정도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히 생각할때 가중되고 있는 공공부채부담을 완화하려면 일본정부가 GDP대비 5%정도의 재정흑자를 유지해야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론 오히려 GDP대비 5%정도의 재정적자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경기둔화로 줄어들고 있는 세수를 감안할때 사실상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이를 위해 정부지출을 GDP대비 10~12% 줄여야 하지만 이는 경기및 정치상황을 감안할때 불가능한 대안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부실채권으로 허덕이고 있는 은행권에 추가로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일본정부가 조만간 대규모 공적자금을 쏟아부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돈다.

하지만 추가공적자금을 투입하기에는 일본정부 사정이 그리 여의치 못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도 재정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올해 채권발행규모를 GDP의 약 6%인 30조엔으로 억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물론 어떤 방식으로든 일본의 금융권개혁은 필요하다.

자발적 선택이냐 금융시스템 붕괴위기에 따른 타율적 선택이냐의 문제만 남아있는 셈이다.

일본 은행권의 부실채권 규모는 공식적으론 GDP의 30%정도인 1백50조엔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로 부실규모가 1백80조엔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시약세가 지속될 경우 부실규모가 급증할 가능성도 크다.

일본 가계의 GDP대비 총자산규모는 4백40%정도로 미국과 비슷하다.

하지만 일본의 저축비율이 미국보다 월등히 높아 "은행권 클린화"는 일본경제회생에는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은행문제 처리가 계속 지연될 경우 은행에서 돈이 걷잡을 수 없이 빠져나갈 수도 있다.

이미 일부 은행권에서 이탈한 일부 자금이 금 등으로 투자처를 옮기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물론 아르헨티나와 같은 극단적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딜레마에 빠진 일본정부가 고려해 볼만한 것은 은행지원을 위해 엔화를 더 찍어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통화증발은 인플레를 유발하지만 일본의 경우 통화증발이 인플레를 초래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특히 엔화발행을 통해 은행권에 제공된 돈이 즉시 국채매입에 사용되게 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통화량이 늘어나지 않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또 세계최고 수준인 일본물가는 국제화의 진전으로 추가적인 하락압력을 받고 있어 통화량증가가 물가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단 통화발행으로 엔화가치가 떨어질 경우 해외차입이 많은 기업이나 해외여행자들은 피해를 볼 것이다.

정리=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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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Yen for a Bank Bailout"이란 기사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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