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제당의 "에포카인"은 항암제 투여로 빈혈 증상을 보이는 암환자에게 투여하는 적혈구증강제다. 지난 98년 제일제당은 국내 처음으로,세계에서 세번째로 EPO(적혈구증강인자.Erythropoietin)성분의 이 의약품을 상품화하는데 성공했다. EPO는 골수에서 적혈구의 생성을 촉진한다. 따라서 항암제투여 악성빈혈 만성신부전 신장투석 대량출혈 에이즈 류머티스질환 등으로 인해 적혈구가 파괴된 경우 EPO를 주사하면 빈혈증상을 크게 완화시킬 수 있다. EPO를 활용할 경우 항암제 용량은 늘리고 수혈량은 줄일 수 있는 잇점이 있다. EPO는 사람의 신장에서 만들어진다. 제일제당은 EPO를 대량생산하는 유전자를 중국 햄스터(쥐의 일종)의 난소세포에 이식한 뒤 이 세포를 배지에서 키워 배지속에 들어있는 EPO를 정제해내는 과정으로 에포카인을 생산하고 있다. 제일제당은 기존 EPO 제조기술과 달리 전혀 새로운 유전자 전달물질(벡터)과 EPO유전자 발현을 촉진하는 인헨서 등을 도입,값싸게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또 배지속에는 여러가지 불순물이 섞여 있게 마련인데 이 회사는 EPO를 99.9%로 고순도 정제하는 공정도 개발했다. EPO에 붙어있는 당의 구조를 개선,생체내 역가(약효를 나타내는 유효농도)를 높이는 노하우도 갖고 있다. 에포카인은 12주 투여하면 적혈구의 헤모글로빈 농도가 50%가량 증가하는 효과를 낸다. 멸균용액에 EPO가 충전돼 있어 주사기를 통해 손쉽게 투여할수 있는 것도 기존제품보다편리한 점이다. 가격도 아주 싸 가격 대비 치료효율이 가장 우수하다는 게 제일제당 측의 설명이다. 제일제당은 지난해 1백억원의 매출을 기록,3백억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는 EPO 국내시장의 3분의1을 차지했다. 고가로 한국시장을 석권했던 암젠과 제넨텍 등을 누르고 마침내 정상에 오른 것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