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사흘째 상승하며 최근 박스권 상단으로 인식되던 1,325원선에 착지했다. 최근 오후장에서 오름세가 소폭 강화되는 패턴이 이어진 채 저점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오전장에서 1,323원선의 약보합권을 주무대로 했던 환율은 오후장에서 수요우위의 상황과 장막판 달러/엔 환율이 134엔대로 상승하는 오름세를 반영,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환율 움직임은 대체로 지리멸렬한 흐름을 띠며 불과 3원의 이동거리에 그쳤으며 변수가 눈에 띠지 않는 시장 분위기를 보여줬다. 달러/엔의 정체 상황에서는 수급을 따른 가운데 외국인 주식순매도에 따른 역송금과 결제수요가 네고물량을 약간 앞섰다. 외국인은 여드레째 순매도를 이으며 시장에 상승 압력을 더하고 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50원 오른 1,325.40원에 마감했다. ◆ 1,320원대 안착 = 시장 분위기는 일단 위로 굳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1,320원대 안착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며 달러/엔의 향방에 따른 1,330원대도 인식의 영역에 넣고 있는 가운데 추가 상승 여력이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레벨에 대한 부담감도 상존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엔의 상승과 함께 은행권의 달러되사기(숏커버)가 진행되면서 장 막판 오름세가 강해졌다"며 "월말을 앞두고도 물량 공급이 많지 않아 수요우위의 장세였으며 분위기는 달러매수(롱)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포지션은 부족해 보이며 달러/엔의 추가 상승과 네고물량이 나오지 않으면 내일은 1,322원을 저점으로 1,327∼1,328원까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며 "달러/엔이 135엔을 넘으면 1,330원대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달러/엔도 아래가 제한되고 있다는 인식이 뚜렷한 가운데 분위기상 위로 굳어지고 있다"며 "달러/엔이 현 수준을 고수하면 내일 추가 상승 여력이 있으며 1,320원대는 안착했다"고 진단했다. ◆ 상승 압력 우세 = 달러/엔 환율은 밤새 뉴욕에서 13.83엔을 기록했으며 이날 대체로 보합권을 거닐다가 장 막판 오름세가 강화되며 134엔대를 뚫고 올라섰다. 다음날 이후 발표될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의 디플레와 금융시스템 방지를 위한 대책 발표에 촉각을 세우면서 관망세가 짙은 흐름이었으나 디플레 대책에 대한 기대심리가 약해지면서 134.20엔대까지 올라섰던 달러/엔은 오후 4시 55분 현재 134.08엔을 가리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가 디플레이션 대책을 통해 은행권 위기 발생을 막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831억원의 매도우위를, 코스닥시장에서 49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여드레째 주식 팔자에 무게중심을 둬 지난 15일이래 8,282억원을 처분, 연간 기준 매도우위를 가리키고 있다. 역송금수요 축적에 따른 하방경직성 다지기와 상승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셈. 이날 주가는 지난 2000년 7월 18일 812.33이래 19개월여만에 종가기준으로 800선을 넘기며 전날보다 9.66포인트, 1.22% 높은 801.14에 마감했으나 환율과는 연계성이 떨어졌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0.90원 낮은 1,323원에 개장한 환율은 개장직후 이날 저점인 1,322.50원을 기록한 뒤 저가매수세로 소폭 반등, 1,323원선을 주로 거닐었다. 일시적인 매수세의 강화로 10시 29분경 1,324.10원까지 올라선 환율은 매물벽에 부딪혀 1,323원선을 배회한 끝에 1,323.5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20원 높은 1,323.70원에 오후장을 연 환율은 몇 차례에 걸쳐 1,324.10원을 두드리며 고점 경신을 시도했으나 불발로 그친 채 한동안 1,323.60∼1,324.10원 범위에 묶였다. 그러나 수요가 약간 앞선 상황을 반영, 3시 8분경 1,324.50원까지 오른 환율은 한동안 1,324원선 초중반을 배회하다가 달러/엔의 상승을 타고 4시 22분경 1,325.50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장중 고점은 1,325.50원, 저점은 1,322.50원으로 장중 3원이 이동했다. 최근 아흐레째 변동폭이 5원 이하에 머무는 정체장세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3억6,69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5억3,06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3억달러, 2억1,070만달러가 거래됐다. 27일 기준환율은 1,323.9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