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이 지난해 발생한 부실여신에 대한 손실보전을 또 요청했다고 한다. 요구내용은 4천5백62억원에 달하는 부실여신을 예금보험공사가 사주든지 아니면 대손충당금 2천6백88억원을 지원해 달라는 것이다. 예보가 그동안 제일은행에 지급한 3조8천억원 이외에도 상사중재원의 조정을 거쳐 조만간 지원해야 할 수천억원이 있는데다 이번 지원금까지 합치면 총지급규모가 5조원에 육박한다. 이러니 일부에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미국계 펀드인 뉴브리지는 제일은행을 매입했던 지난 99년말 일반여신은 향후 2년간 그리고 워크아웃 여신에 대해서는 향후 3년간, 부실여신이 추가 발견될 경우 예보가 이를 매입해주는 풋백옵션을 보장받았기 때문에 이번 손실보전 요청은 적어도 절차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물론 제일은행 매각당시에도 풋백옵션 부여에 대해 말이 많았지만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의 해외매각을 이미 IMF에 약속한바 있고 자산실사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었음을 감안할 때 국제상관행인 풋백옵션 부여 자체에 대해 이제와서 새삼스레 왈가왈부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뉴브리지측이 풋백옵션을 남용하는 건 아닌지에 대해 한번쯤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풋백옵션 요구금액이 엄청난 것은 둘째치고 부실여신 판정에 대한 견해가 저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 뉴브리지측의 풋백옵션 요구에 대해 예보가 이의를 제기해 결국 상사중재원의 조정을 거치게 된 것도 이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마찰이 발생한 밑바탕에는 제일은행 경영진이 추가부실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과연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깔려 있다고 본다. 뉴브리지측이 은행경영을 맡은지 불과 며칠만에 거액의 스톡옵션을 받는 등 자신들의 이익을 철저히 챙긴 것과는 대조적으로,지난 2년간 보여준 구조조정과 부실감축 성과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다. 지난해 거의 모든 시중은행들이 사상 최대의 당기순이익을 올린데 비해 제일은행의 이익규모는 거의 바닥수준이어서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가며 뉴브리지측에 은행경영을 맡긴 것은 제일은행 회생을 위한 고육책이었던 만큼,그에 걸맞은 경영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제일은행 경영진이 대내외적으로 신뢰를 받으려면 풋백옵션 행사가 아닌 선진경영을 통해 뚜렷한 경영성과를 내는 것이 관건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