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회사들이 기존 제품보다 가격대를 높인 '블랙라벨'을 연달아 출시하고 있다. '명품 붐'을 타고 밀려드는 해외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산 브랜드도 고가 명품의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블랙라벨'이란 한 브랜드에서 소재나 디자인을 고급스럽게 만들고 색깔이 다른 라벨을 붙여 파는 가격 이원화 전략을 칭한다. 조르지오 아르마니같은 해외 유명디자이너들이 최고급 한정품에 블랙라벨을 붙여 팔면서 생겨난 말이다. 타임 오브제 아이잗바바 등에 이어 최근 쌈지 데코 등 유수 패션업체들이 속속 '블랙라벨 전략'에 동참하고 있다. 종합 패션브랜드 쌈지는 백화점 판매용을 중심으로 최근 '시옷(SSIOT)'이라는 이름의 제품군을 새롭게 선보였다. 쌈지 핸드백의 경우 주 가격대가 8만∼15만원인데 비해 '시옷'은 12만∼28만원선까지 가격대를 높였다. '시옷(ㅅ)'이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머릿글자. 쌈지 홍보실 이윤아 팀장은 "소비자들이 명품을 많이 접하게 되면서 디자인이나 품질을 따지는 안목이 과거와는 비할 수 없이 높아졌다"면서 "10년 전 쌈지가 출발할 때 주고객층이었던 10대가 고급 패션시장의 주 구매층으로 성장한 만큼 이들을 흡수하기 위해 고가 제품군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성 커리어 브랜드인 데코 역시 이번 봄·여름 제품부터 '데코갤러리'라는 럭셔리 라벨을 출시했다. 정장 블라우스 등 기본 스타일을 위주로 구성했다. 모두 수입 소재를 사용했으며 핸드메이드 비중이 높다. 안감도 폴리에스터가 아닌 실크 등 고급 소재를 썼다. 수트는 70만∼80만원대,코트는 1백만원대다. 데코 홍보팀 김수경 팀장은 "베이직한 상품일수록 가격 저항이 적고 품질을 먼저 따지는 소비자가 많다"면서 "겨울시즌 내놓았던 테스트 상품이 모두 팔릴 만큼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타임,쏠레지아,아이잗바바,오브제 등 주요 여성복 업체들은 이보다 앞서 70만∼90만원대의 럭셔리 라벨 제품을 개발해 현재 시판 중이다. 타임의 경우 '타임 포스트모던'과 '타임 컬렉션'으로 라벨을 차별화했다. 쏠레지아는 '골드 라벨'을 따로 두고 있으며 오브제는 개성이 강한 디자인을 중심으로 '아뜨리에'라는 고가 라벨을 만들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명품 선호는 반짝 유행이 아닌 품질을 중요시하는 소비 경향이 확고히 자리잡은 결과"라며 "소비패턴이 명품 아니면 차라리 보세라는 식의 극과극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의류업체들의 프리미엄 전략이 일반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