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발전 노조가 민영화 반대를 명분으로 동시파업에 들어가 정부의 민영화 정책이 중대 기로에 직면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임기말이 가까워 오면서 흔들려 왔던 민영화 정책이 이번 파업사태를 계기로 추진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해 노동계의 파업사태에 굴복해 민영화 정책을 후퇴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된다. 단순히 민영화 문제가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차원을 넘어 민영화 정책의 후퇴는 구조개혁의 포기로 연결돼 대외신인도 악화는 물론이고 국가경쟁력 제고에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환란과 함께 시작한 현 정부는 임기초반 민영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상당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포항제철 한국중공업 같은 거대 공기업의 민영화를 완료했고,발전 자회사 분할,한국통신 지분매각 등 핵심 공기업의 민영화도 단계적인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18조원 이상의 매각수익을 올려 환란극복 재원마련에 일조를 했고,1백5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임기중반을 넘기면서 민영화 정책은 표류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이번 파업사태로 민영화 정책이 좌절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된데는 물론 노동계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하겠으나 정부와 정치권도 전혀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임기말이 가까워질수록 민영화가 어려워진다는 것을 모를리 없는 정부는 철도·가스 구조개혁 관련법률을 임기말이 다 돼서야 국회에 제출했고,표를 의식한 여야 정치권의 눈치보기로 관련법안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이다. 이런 틈을 놓칠리 없는 노동계가 철도·가스는 물론이고 노·사·정 합의를 거쳐 입법까지 마친 발전자회사 민영화도 반대하면서 이번 사태가 초래된 것이다. 물론 정부가 제출한 철도·가스 구조개혁법안에 문제가 있다면 국회심의 과정에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특히 철도의 경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민영화를 조급하게 거론해 20년 넘게 끌어 온 철도구조개혁 전체를 표류시키는 우를 범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국회가 노동계 반대를 이유로 법안심의 자체를 무작정 미루는 것은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 노동계도 철도·발전·가스는 시기의 문제지 민영화 자체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점을 인정하고 고용불안 최소화와 민영화 과실의 최대한 확보가 조합원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