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출범 4년간 과학기술 주요 성과'.그래도 정치중립적(?)인 과학기술부가 내놓은 보도자료 제목이다. 왜 지금 이것을 발표했는지는 차치하자.내용을 보면 참으로 화려한 성과다. 이 나라 과학기술은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야 반석위에 올려진 것 같다. 과기부가 수치적으로 강조한 것은 정부의 직접적 의지가 반영된 예산이다. 현 정부가 출범한 1998년 2조7천억원 정도였던 R&D 예산이 금년에 5조원 가깝게 거의 2배 가량(정확하게는 85.2%) 증가했다는 것이다. 대단한 일이다. 과기부가 의도했건 안했건,이런 예산 수치만으로도 현 정부가 역대 어느 정권보다 과학기술에 애착을 가졌다고 판단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기억을 조금만 더 과거로 돌려보자.문민정부가 출범한 1993년 연구개발 예산은 1조원이 조금 넘었고,정권 마지막 해인 97년에는 2조8천억원에 이르렀다. 3배 가까운 증가다. 더구나 정권내내 매년 20%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좀더 거슬러 올라가 노태우 정권 때는 정확히 2배가 넘는 예산증가였다. 시간이 갈수록 증액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도 예산측면에서 국민의 정부가 상대적으로 부각돼야 할 이유는 별로 없어 보인다. 수치 말고 나머지는 온전한 자랑일까. 정책의 일관성을 언급했는데 전혀 다른 평가도 가능하다. 정권이 바뀌자 '과학기술혁신을 위한 특별법'은 기본법으로 대체됐으며,'과학기술혁신 5개년 계획'은 사라지고 과학기술기본계획이 튀어나오지 않았던가. 정부출연연구소의 경영혁신도 그렇다. 이 점에 관한 한 '역대 최악의 정권'이라는 평가도 있다는 것을 알고나 있는지.옥상옥 구조를 제쳐두고 경영혁신을 말할 수 있을까. 연구소 위에 연합이사회,연합이사회 위에 총리실,여기에 기획예산처와 옛날 주인까지 가세한 괴상망측한 지배구조를 만든 것은 바로 국민의 정부였다. 사람이 떠나고 사기가 얼마나 떨어졌으면 출연연구소가 사상 최대의 위기라고 할까. 작금의 이공계 기피도 이런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과기부가 어느새 '과학기술정치부'로 변한 것은 아닐까. 안현실 전문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