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세균 < 농촌경제연구원 국제농업실장 > 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은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국제화 경향과 함께 국제경제 질서를 변화시키는 양대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올해 들어 일본이 싱가포르와 FTA를 체결함으로써 이제 우리나라만이 이러한 지역주의 경향에서 미아가 된 것 같은 부담감을 더해주고 있다. 일부에서는 빨리 우리도 FTA를 체결해야 한다는 초조감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초조감에서 철저한 준비도 없이 FTA 체결을 서두르는 것은 국내 이익집단간의 갈등과 우리 경제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FTA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주변국들 사이에 체결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가 FTA를 체결할 동반자로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일본과 중국이다. 그러나 일본과의 FTA 체결은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섣불리 추진하지 못했다. 또한 일본에 대한 국민정서와 경제적 종속을 우려하는 부정적 시각도 장애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중국은 자본주의경제 체제가 미비한 상태로 FTA를 추진할 만한 여건이 되지 못했다. 또 한 가지 FTA 체결의 걸림돌은 시장개방에 따른 이익집단간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다. 협정 체결에 있어서 국가간의 협상력 발휘도 중요하지만 국내 이익집단간 갈등 조정은 더욱 중요하다. 현재 정부는 칠레와의 FTA 체결을 추진중이며 미국 멕시코 동남아시아 국가 등 여러 나라와의 협정 체결도 민간차원에서 구상하고 있다. 칠레와의 FTA 체결 협상과정에서 농업부문은 협상 체결의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FTA 체결로 인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부문에서 협정 체결을 원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농민들을 잘 설득하고 농업 분야의 피해가 최소화되는 방향에서 FTA는 추진돼야 한다고 본다. 칠레와의 FTA 체결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일본 미국 중국 멕시코 등 여러 나라들과 협정 체결 문제가 거론되는 것은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사전 준비작업에 협상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그리고 가장 적절한 국가와 모범적인 FTA를 체결해 국가간 협상은 물론 국내 이해집단간의 갈등 조정에 대한 하나의 규범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 국가가 전략적으로 어느 산업을 육성할 것인지는 국가의 장기 비전을 고려한 선택의 문제이며,이러한 관점에서 196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공산품 위주의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정책은 옳은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이후 우리나라가 취해 온 공업 위주의 산업육성 정책으로 농업은 급속히 쇠퇴산업으로 바뀌었으며,이 과정에서 농촌은 소외되고 피해의식에 빠지게 됐다. 이러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대외 협상력을 제고시킬 수 있도록 시장개방과 관련된 정책 결정은 사전에 이해집단간 갈등 해소를 위한 철저한 준비와 산업별 장기 비전 제시,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다음에 이뤄져야 할 것이다.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남미공동시장(MERCOSUR) 동남아국가연합(ASEAN) 등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일본은 그동안 FTA 체결에 적극적일 수 없었다. 협정 체결은 미리 어느 나라와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인지 깊이 검토해 추진하고,그 경험을 바탕으로 또 다른 나라로 옮겨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에 더해 농민들은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과 WTO 뉴라운드협상,FTA 등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하락과 농업 붕괴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