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주관련 정관문제를 놓고 삼성전자와 외국계투자자가 마찰을 빚고있다. 삼성전자는 "투기성향의 일부 헤지펀드가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불쾌한 반응이다. 문제를 제기한 미국계 엘리어트 어소시에이츠측은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22일 삼성전자 우선주 투자자들과 전화회의(컨퍼런스 콜)를 열 계획이다. 증권가에선 엘리어트측 주장이 '억지'에 가깝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미 70개 이상의 상장사가 사문화된 문제의 조항을 삭제했다. 설령 법정싸움으로 번져도 결과는 뻔해 보인다. 엘리어트 주장대로라면 삼성전자 정관 삭제로 피해를 볼 수 있는 신형우선주 주주들이 모여 주총(종류주총)을 열어 정관 삭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신형우선주를 발행한 적이 없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엘리어트가 정관문제를 제기한 속내를 더 궁금해한다.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문제는 이득을 보는 쪽이 어디인지를 생각해보면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 우선주의 시세는 현재 15만원대로 33만원선인 보통주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우선주 주주들은 앉아서 두배 이상의 차익을 얻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엘리어트의 행태에 대해 '걸 수만 있으면 걸어 보는'외국인 투자자의 버릇이 그대로 나타난 것으로 받아들인다.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하지 않았다면 이 문제도 없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일과성 해프닝으로 보아 넘기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다. 시가총액 상위기업의 외국인지분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외국인 주주의 국내기업 경영간섭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장사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지분이 60%에 가깝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같은 지분율은 삼성전자 이사진 전원을 바꿀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기업의 경영투명성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건호 증권부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