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의 이상난동으로 생태계가 큰 혼란을 겪고 있다고 한다. 3월에 나와야 할 동면(冬眠)개구리가 2월에 깨어나고,따뜻한 지방으로 날아가야 할 철새 왜가리가 아예 텃새로 머무르고,소나무 등의 온대수종이 점차 사라지면서 동백나무 같은 아열대 수종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남녘의 개화시기도 빨라져 제주도에서는 예년보다 한달 먼저 매화꽃이 만개했다는 소식이다. 이런 현상은 자동차와 공장 등의 배기가스로 인한 온실효과가 한반도에서 급속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 통계를 보면 87년부터 온난화가 두드러져 벌써 16년째 평균기온을 웃도는 이상난동의 겨울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특히 올 겨울 전국 평균기온은 예년보다 4.2도가 높다고 한다. 세계적인 이상기온의 탓이라 해도,우리의 경우는 지구전체 평균 상승률을 웃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는 예삿일이 아니며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는 신호임이 분명하다. 기온이 변하면 생태계의 교란이 생기고,생물들은 이에 적응하기 위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진화하고 변화하며,종국에는 멸종되기도 한다. 인간 역시도 생태계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이상 생태계의 교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은 물론이다. 불과 1만년 남짓한 역사를 가진 우리 인간이 장래 어떤 상황에 처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에 산업화 도시화를 이루고 있어,그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더욱 크다. 경제발전이라는 명분에 밀려 무분별한 환경파괴가 비극적인 유산으로 남겨진다면 정말 큰 일이다. 이산(怡山) 김광섭 시인은 '성북동 비둘기'에서 파괴되어 가는 자연에 대한 향수를 이렇게 읊었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子)처럼 보고/사람 가까이서/사람과 같이 사랑하고/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사랑과 평화의 새는/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환경보호와 생명을 중시하는 모임들이 활발해지면서 생태계에 대한 인식을 깨우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