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이틀째 오름세를 타면서 1,320원대를 등정했다. 최근 박스권의 상단으로 인식되던 레벨에 도달한 셈. 달러/엔 환율이 133엔대로 올라선 영향을 반영하는 가운데 최근 저점을 높여온 결제수요가 아래쪽을 단단하게 지지하면서 점진적으로 올랐다. 저점 매수에 대한 의지가 확인되면서 고점을 확인하려는 시도는 장중 이어졌다. 그러나 1,320원대에 대한 경계감과 매물은 추가 상승의지를 약화시키기도 했다. 한중일 3국을 순방중인 미국 부시대통령의 행보와 발언에 따라 달러/엔 환율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바닥이 천천히 다져지면서 추가 상승 여지가 남아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4.40원 오른 1,321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28일 1,321.30원에 마감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 ◆ 박스권 1,315∼1,325원 상향 이동 =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엔이 불안하기 때문에 달러매수(롱) 플레이에 나서는 세력이 많았다"며 "일단 1,320원대에서 물량이 나오고 있으나 좀 더 지켜봐야 하고 내일은 1,320원을 중심으로 달러/엔 수준에 따라 1,315∼1,322원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어 "달러/엔이 예측불허기 때문에 다른 요인은 일단 배제된 상태"라며 "그러나 달러/엔도 은행권 공적자금 투입이 없을 것이란 예상과 3월결산을 앞둔 송금수요가 맞물려 박스권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결제수요가 많지 않고 역송금이 3,000∼4,000만달러 가량 있었던 반면 전자업체 네고와 일부에서 선물환 매도가 꾸준히 나와 공급이 약간 앞섰다"며 "그러나 달러/엔이 위쪽으로 향할 것으로 보고 매수세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존 1,310∼1,320원의 레인지가 1,315∼1,325원으로 이동한 분위기"라며 "달러/엔이 상승 시도를 이으면 1,324∼1,325원까지 상승이 가능하나 이 선에서는 물량이 꽤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 엔 약세 진전 = 달러/엔 환율은 전날 뉴욕 시장이 휴일인 탓에 거래가 많지 않았으며 이날 도쿄 개장초 132.60엔대에서 은행권 공적자금 투입이 당장 필요하지 않다는 시오카와 재무상의 발언으로 급등, 한때 133.67엔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오후 들어 133.50엔을 중심으로 좌우로 소폭 횡보하던 달러/엔은 되밀리면서 오후 4시 56분 현재 133.48엔을 기록중이다. 달러/엔의 미세한 등락의 그림자를 따라 달러/원은 움직였다. 수급상 개장초부터 결제수요와 역외매수세 등이 환율 상승을 유도한 반면 1,320원대에서는 네고물량이나 차익실현 매물이 추격매수 의지를 꺾었다. 박스권내에서 상단의 매물과 하단의 수요가 접전을 벌인 양상. 설 연휴 이전 이미 정유사는 선취매수해 이날 결제수요는 많지 않았으나 박스권을 높이기 위해 달러매수초과(롱) 포지션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0.40원 높은 1,317원에 개장가를 형성한 환율은 이날 저점인 1,316.80원으로 내린 뒤 달러/엔의 상승세를 반영, 10시 6분경 1,320원으로 올랐다. 그러나 레벨 경계감 등으로 한동안 1,319원선을 거닐던 환율은 달러/엔의 추가 상승으로 인해 11시 11분경 이날 고점인 1,321원까지 고점을 높인 뒤 차익매물을 맞아 1,319원선으로 반락, 1,319.80원에 오전장을 마감했다. 오전 마감가보다 0.10원 낮은 1,319.7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1,319.60원으로 내린 뒤 차츰 오르며 1시 45분경 오전중 고점인 1,321원까지 올라 고점 경신을 시도했다. 그러나 추격 매수세가 따르지 않고 달러/엔이 소폭 반락하자 1,320원선을 주무대로 거닐던 환율은 장 마감 20여분을 앞두고 오름폭을 확대, 4시 11분경 1,321.50원으로 고점을 높인 뒤 1,321원선을 배회했다. 장중 고점은 1,321.50원, 저점은 1,316.80원으로 장중 4.70원이 이동했다. 최근 나흘째 변동폭이 5원 이하에 그치는 정체된 장세를 그리고 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483억원의 매도우위인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152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환율과는 무관한 흐름.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4억5,49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4억8,61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3억4,000만달러, 3억2,440만달러가 거래됐다. 20일 기준환율은 1,319.8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