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개발연구원이 지난 2000년의 우리나라 교통혼잡비용이 연간 19조5천억원에 달했다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교통혼잡비용은 차량들이 교통혼잡으로 인해 정상속도 이하로 운행하게 됨으로써 발생되는 추가적인 손실비용을 말한다. 여기에는 연료소모 비용뿐만 아니라 인건비 등 차량운행 비용과 허비하는 시간까지 비용으로 환산해 합계돼 있다. 교통혼잡으로 인해 물질적 시간적 낭비가 연간 19조원을 넘는다는 얘기다. 올해 정부예산으로 건설하는 도로 항만 철도 등 사회간접시설(SOC) 건설에 드는 비용은 16조원이다. 그런데 이보다 20%나 많은 돈이 교통혼잡으로 인해 낭비되고 있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개인별로 보면 소득이 줄어드는 것과 다를바 없고,국가경제 차원에서는 물류비 증가 등을 통한 국제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것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물론 19조원이란 수치가 과연 얼마나 정확한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비용산출 기준이 되는 차량의 '정상속도'를 어느 수준으로 보느냐, 개인들의 '시간가치'를 얼마로 책정하느냐 등에 따라 산출비용은 엄청난 차이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또 교통혼잡문제를 부각시키려 했다면 다소 과다하게 산출된 측면도 없지않을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판단해 보더라도 교통혼잡으로 인해 길거리에 뿌려지는 돈이 적지않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난 91년부터 동일한 기준으로 실시해 온 교통개발연구원의 조사결과를 보면 2000년에는 전년에 비해 13.6%나 늘어났고, 지난 10년간의 연평균 증가율을 셈해 보더라도 17.5%에 이르렀다.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한 수치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한마디로 그 심각성이 날로 심화되고 있어 방치해선 안될 지경에 이르렀다는 게 우리의 종합적인 판단이다.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혼잡비용 증가가 유가 상승과 주말 여가차량 증가 등 상당부분 불가피한 요인에 의해 야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해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도로확충 등 시설투자를 늘리는 동시에 대중교통 이용의 활성화,첨단교통체계 도입과 교통시설운영의 합리화,교통수요의 합리적인 억제 등 다각적인 대책이 함께 추진돼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러나 한가지 덧붙여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시민들의 교통질서의식 고취 또한 교통혼잡을 줄이는데 매우 긴요하다는 점이다. 도심교통난의 상당한 원인이 무리한 끼여들기 등 무질서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