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투자자들이 한국기업 인수를 꺼리는 7가지 이유를 아십니까" 최근 한국기업과의 인수협상 경험이 있는 외국투자자들 사이에 폭넓게 회자되고 있는 주요 화두다. 이들이 내놓는 기피이유는 다름 아닌 "헐값매각"에 대한 강박관념,불투명한 회계,노동조합의 반발 등이다. IMF(국제통화기금) 지원금을 갚아버려 IMF관리체제를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본사 및 부실 계열사 매각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외국투자자들의 지적이 관심을 끄는 것도 이같은 사정 때문이다. 한국 협상관계자들이 한번쯤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H투신증권 해외매각이 불발로 그친데다 D자동차,H철강,D전자,H반도체 등 주요 기업의 매각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이들의 경험담은 더욱 눈길을 끈다. 산업계와 금융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7가지 기피이유"를 소개한다. 한국측 협상관계자들의 강박관념=외국투자자들은 한국기업 인수에 따른 각종 리스크(위험)를 따지면서 협상을 벌인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한국 관계자들은 이를 제대로 매각협상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엄연히 상대방이 있는 매각협상에서 "윈윈"(Win-Win)보다는 "제로섬"을 선호한다. 한국 관계자들은 "너무 많이 양보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협상실패시 형사처벌에 대한 불안감=한국측 협상관계자들은 매각협상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받을지도 모를 형사처벌(?)을 두려워하고 있다. 따라서 협상을 책임감 있게 완수하기보다 지연시키는 경우가 잦다. 또 협상과정상의 협상내용 비밀보장 의무를 위반하고 한국언론에 정보를 흘리고,언론에 자신들의 당당한 협상태도를 보이기 위해 협상테이블을 박차는 방식을 선호하기도 한다. 해외 투자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요인이다. 숨겨진 부채(우발채무)=현재 매각협상이 진행중인 대다수 한국 기업들은 지급불능상태에 빠져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협상과정에서 숨겨진 부채가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투자자들은 이점을 고려해 공장과 같은 특정자산을 인수하기를 원하지만 이것마저 여의치 않다. 불투명한 회계=한국기업들의 해묵은 회계처리 관행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매각대상 기업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얘기다. 때문에 매각희망 가격과 인수희망 가격이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외국기업과의 기술계약=대부분의 한국기업들은 일본이나 미국 등 외국기업들과 기술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라이선스를 취득한 한국기업이 매각될 경우 인수업체에 대한 기술이전이 금지되고 있다. 이같은 기술계약 이전불가 문제도 해외 매각협상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되곤 한다. 내부거래의 유산=대기업에 소속된 매각대상 계열사들은 대부분 그룹해체 이후에도 계열사들과의 연결고리를 끊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연결고리가 해외의 인수희망자들에게 막대한 리스크를 안겨준다. 호전적인 노조=해외투자자들은 한국기업 인수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계획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한국기업들의 노조가 강경해 원만한 구조조정을 방해할 수 있다는 부담을 안아야 하는 실정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