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공장 건설을 앞두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미국 크라이슬러와 현지 엔진공장 합작설립을 추진한다. 이는 현대차가 현재 다임러크라이슬러 및 미쓰비시와 추진중인 중형 승용차(뉴EF쏘나타 후속) 엔진기술 제휴보다 한단계 더 진전된 것으로 장차 다임러 그룹과의 플랫폼(엔진 미션 등의 파워트레인) 공유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17일 "오는 2005년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갈 북미공장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크라이슬러와 엔진공장 제휴방안을 놓고 협상을 전개하고 있다"며 "아직 세부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내달중 북미공장 후보지가 최종 결정되면 논의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엔진공장 합작건은 일단 북미공장에서 양산될 예정인 SUV(스포츠형 다목적차량)엔진을 대상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현대차는 중대형 SUV에 강점을 갖고있는 크라이슬러와의 엔진 제휴를 통해 초기 시장진입에 따른 각종 부담을 완화하고 대형 차종들에 대한 엔진기술 노하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크라이슬러는 비주력 차종에 대한 개발비 및 고정비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와 크라이슬러는 현재 엔진합작사업의 주도권과 합작 대상엔진의 크기를 둘러싸고 치열한 '샅바 싸움'을 전개하고 있다. 크라이슬러는 현대차의 경쟁력이 입증된 배기량 2천4백∼2천7백㏄급을 합작대상으로 주장하고 있는 반면 현대차는 북미공장의 양산모델로 계획중인 3천5백cc급 이상 차량의 엔진을 내세우고 있다. 현대차가 염두에 두고 있는 북미공장 양산모델은 3천5백∼3천7백㏄급 그랜저XG 후속모델과 이달중 출시예정인 기아자동차의 쏘렌토 후속모델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쏘렌토나 싼타페를 대형화하면서 차량 뒤쪽을 픽업형태로 개조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현대차는 3천5백㏄급 이상의 중대형 차종이 미국 SUV시장(연간 3백95만대)의 주종을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익성도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크라이슬러는 이미 미국시장에서 양산모델로 성공한 3천7백∼4천7백㏄급 지프 체로키와 지프 그랜드 체로키보다는 상대적으로 판매실적이 저조한 2천4백∼2천7백㏄급 스트라투스 후속모델 엔진을 현대차와 공동 생산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일훈·강동균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