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말이 맞나' 증권거래소 주변에서 주문 착오로 빚어진 우발적 공매도를 둘러싼 '진실게임'이 한창 벌어지고 있다. 게임참여자는 예금보험공사 자회사인 정리금융공사와 동원증권.게임의 승패는 현대금속 구형우선주인 1우선주와 신형우선주인 2우선주B중 어느 종목이 맞느냐에 따라 갈라진다. 동원증권은 정리금융공사가 2우B에 대한 매도주문을 내야 하는데 착오로 1우선주에 대해 주문을 내는 바람에 공매도가 됐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리금융공사 측은 2우B에 대한 매도주문를 냈는데 동원증권에서 1우선주로 착각했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의 이같은 설전은 책임 소재에 따라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됐건 결제불이행 사태를 막으려면 동원증권이나 정리금융공사 측이 공매도된 문제의 주식을 오는 19일까지 확보,매수자에게 넘겨줘야 한다. 하지만 전체 상장주식의 66.1%에 달하는 물량이어서 확보가 쉽지 않은데다 현재 매매거래정지 상태여서 장외시장에서 물량을 구할 수밖에 없다. 아쉬운 쪽은 기한 안에 어떻게든 주식을 구해야 하는 쪽인 만큼 주식 취득과정에서 얼마의 '웃돈'이 붙을 지 아무도 모른다. 증권거래소도 "전화녹취록을 살펴보고 양쪽 얘기를 들어봐야 책임 소재를 가릴 수 있다"는 원칙론만 되풀이하고 있다. 현대금속 우선주에 대한 진실게임이 지연되는 가운데 애꿎은 개인투자자들만 속을 태우고 있다. 매수한 주식을 받지 못하는 증시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거래정지가 풀릴 때까지는 재산권 행사도 할 수 없다. 증권가에선 정리금융공사와 동원증권이 잘잘못을 가리기에 앞서 결제불이행 사태를 막기 위한 공동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본시장은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전쟁터' 같은 곳이다. 주문실수로 순식간에 몇십억∼몇백억원의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실제 옵션이나 선물거래 등에는 실수로 인한 엄청난 손실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피해를 줄이기 위한 당사자들의 긴밀한 협조와 함께 증권당국의 제도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점을 이번 사례는 분명히 알려주고 있다. 이건호 증권부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