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금융회사인 리젠트화재의 처리방안을 놓고 금융감독위원회가 골치를 앓고 있다. '미래와환경 컨소시엄'과 진행해 오던 매각협상이 지난달말 컨소시엄내 내분으로 갑자기 결렬된 후 계약이전과 청산이라는 두 카드를 검토중이지만 어느 쪽도 만만치 않은 부담감 때문에 쉽게 선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금감위 고위 관계자는 "관련 정부 부처들과 논의해 이달내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처리 방안을 부의할 방침"이라며 "매각과 청산, 계약이전 등 어느 것도 배제하지 않고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그러나 "사실상 원매자가 없어 매각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남은 카드인 계약이전과 청산 중 어느 쪽으로 결정하더라도 계약자와 피해자들의 피해와 반발이 예상돼 쉽게 결정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특히 손해보험은 계약이전 사례가 없어 피해 당사자들의 반발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작년말 현재 리젠트화재의 계약자는 총 33만여명. 법인들은 부실금융회사 지정을 전후해 모두 계약을 해지했고 대부분이 개인 가입자들이다. 청산을 할 경우 이들 계약자들은 적립원금보다 적은 해약환급금을 받게 된다. 5천건에 이르는 사고건수에 대해서는 사고 경중에 관계없이 청산후 배당을 통해 1인당 5천만원까지만 보장된다. 계약 이전의 경우에도 피해자들은 인수업체가 우량 계약 위주로 선별 인수하기 때문에 인수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금감위는 특히 대규모 소송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현행 예금자보호법은 1인당 5천만원까지 보장하는 반면 같은 특별법인 '자동차손해보상보장법'은 사망과 1급장애의 경우 8천만원까지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약자들이나 보험금을 받아야 할 피해자들이 소송을 걸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것. 금감위 관계자는 "공자위 민간위원들은 청산이나 계약이전이 매각에 비해 비용이 덜 든다는 점 때문에 과감한 정리를 주장하고 있으나 현실적인 어려움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지방선거 등 큰 정치 행사를 앞두고 있는 점도 관료들의 결단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귀띔이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