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 은행장은?' 이런 질문에 사람들은 십중팔구 김정태 국민은행장을 떠올린다. 김 행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금융계의 '스타 경영인'이다. 미국 포브스글로벌지의 2002년 신년호 표지모델로 등장할 만큼 해외에서도 지명도가 높다. 'CEO 주가'라는 말을 국내에 일반화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런 김 행장에게 최근 이덕훈 한빛은행장이 도전장을 던졌다. 그동안 국민은행(옛 주택은행)이 관리해온 40조원 규모의 국민주택기금을 "국책은행인 한빛은행에 넘기라"며 김 행장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이 행장은 최근 미국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한국 금융계 인사로는 유일하게 참석했다. 한빛은행은 "세계경제포럼엔 초청받은 사람만 참석할 수 있다"며 "이 행장만이 초청된 것은 그가 한국을 대표하는 은행장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하고 있다. 다분히 김 행장을 겨냥한 얘기다. 뿐만 아니다. 이 행장은 평화은행과의 합병을 계기로 국민은행의 텃밭이었던 소매금융시장에도 본격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상당부분 부실을 털어낸데 힘입어 작년 7천억원이었던 순이익이 올해는 1조1천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이 행장의 자신감을 부추기고 있다. 한빛은행 직원들 사이에선 "참깨(국민은행)가 열번 굴러 봐야 호박(한빛은행)이 한번 구르는 것을 따라갈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공공연히 나돈다. 건당 이익 규모가 작은 소매금융 위주의 국민은행에 비해 이익규모가 큰 기업금융을 위주로 하는 한빛은행이 수익성면에서 월등해질 것이란 뜻이다. 이 행장은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김 행장의 컨설턴트로 금융계에 널리 알려진 매킨지사의 최정규 파트너에게까지 자문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행장측은 '무(無)대응의 대응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자산규모가 1백85조여원인 국민은행을 그 절반도 안되는 한빛은행(85조여원)과 맞비교하는 것은 가치조차 없다고 일축한다. 세계경제포럼의 경우에도 "참가비만 내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는 말로 이 행장의 대표성을 무시하고 있다. 김 행장과 이 행장은 둘다 정통 뱅커 출신이 아니다. 김 행장은 증권계(동원증권), 이 행장은 학계(한국개발연구원) 출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한국 1,2위 은행의 CEO로 자리잡았다. '한국의 대표 은행장'을 향한 이들의 각축전이 전체 금융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한 해다. < hayou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