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오래 주재한 어떤 외국언론인은 한국의 계속적인 발전을 막고 있는 건 아마(amateur)의 프로(professional)지배에 의한 전문성의 부족,실세라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비공식조직이 공식조직을 지배함으로써 초래된 조직의 무력화,한국사람의 장기였던 지시와 획일주의의 군사문화를 파괴시키는데는 성공했으나 새로운 문민문화는 생성되지 않아 발생된 행태의 무정부상태 등이라고 지적했다. 작금에 와서 상식을 뛰어넘고 자질과 함량을 의심케 하는 공직자들의 행태들이 난무하고 '게이트'가 터질 때마다 국가경영의 기간조직들이 휘청거리는 것을 보면 이런 시각은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실세가 연결된 보물발굴사업이 '국익 차원에서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여 '해경'까지 동원하고,큰돈을 받고도 '단돈 몇 푼이라도 받았다면 할복자살'하겠다고 공언하고,'취임식 날 오전3시 마니산에 올라 1백번 절'을 하고 '이기붕 집을 불사르겠다는 기백과 용기'로 언론사 세무조사를 했다는 사람이 '형제타운'을 숨겨 두고 있다가 탄로 나자 외국으로 줄행랑치고,'북한의 대량살상무기가 대남공격용이 아닐 것'이라는 황당한 말을 하고 있는 것이 난조에 빠진 고위공직자들의 실상이다.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장관들이 받아 적지 말라고까지 해야하는 것이 우습고,'게이트'만 터지면 국가중추기관이 줄줄이 연루되는 것이 참담하고,군사독재 몰아내고 민주주의 하자고 외치던 사람들이 '제왕적'이란 비판을 듣는 것은 아이러니컬하다.'국민의 정부'들어 외교부장관이 다섯번 바뀌어 외교무대에서 '한국 외교장관은 상견례'만 하고 꽁지 빠진 새 같이 외교장관이 아니면서 유엔총회의장 행세를 해야하는 것은 해프닝이다. 1차로에 트럭을 달리게 하다가 대형인명사고가 나자 못 다니게 하면 될 것을 체면은 살리고 싶었는지 1? 트럭은 계속 다니게 하고,경부고속도로 기흥 톨게이트 앞 교통체증이 없던 오거리에 어느 날 신호등을 설치해 교통체증을 일으키다가 안되겠다 싶어 다시 신호등을 없애니, 아마들이 상식을 기초로 엉뚱한 결정을 내려 사람 괴롭히고 예산 낭비한 '바보들의 행진'이다. 어떤 택시기사가 자기에게 신호등 설치를 맡기면 서울의 교통체증을 반으로 줄이겠노라고 큰소리하던 것이 헛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선배 한분은 대통령에게 어렵게 건의하여 사정비서실을 없앴는데 다시 부활한 것이 안타깝다며,사정비서실이 있는 한 공직자들은 장관이나 상사의 지시보다 자기 신분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사정비서실을 더 겁낸다고 했다. 통치권은 이원화돼 장관이나 기관장들은 일하기가 힘들어 지고 실세와 사조직의 개입여지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에 파견된 검찰을 철수하도록 한 최근의 조치는 잘 한 것이지만 차제에 사정업무는 프로 사정기관에 맡기면 어떨까 생각된다. 해가 바뀌면 선진국에서는 보기 힘든 군대사열식의 새해 업무보고가 있게 되고 지시와 받아쓰기에 열심인 공직자들의 모습이 뉴스에 나온다. 이러한 지시와 받아쓰기는 부처단위에서부터 과단위까지 내려간다. 비가 오면 '수해예방에 만전을 기하라'든가 자금시장이 어려우면 '기업자금을 원활히 공급하라'는 식의 너무나 당연한 지시가 떨어지면 '당연한 일상업무'를 '당연하지 않은 특별한 업무'로 각색하기도 하고 별의별 아이디어가 동원되기도 하며 쓸데없이 헛바퀴 도는 일이 반복된다. 차라리 아무 지시 없이 일상대로 놔두면 일관성과 전문성이 유지되고 문제도 적게 일어날 수 있을 텐데도. LG반도체를 억지로 뺏어 현대전자에 주어 애물단지 하이닉스를 만들고,가동을 갓 시작한 삼성자동차의 경쟁력이 없다고 르노에 판 후 날개 돋친 듯이 팔리고 있으니 아마들이 설친 대가가 크다. '게이트'와 '게이트'가 계속되는 속에 국가의 기간조직이 흔들리고,자질과 함량이 의심되는 사람들이 끈 달고 고위직에 올라 나라를 어지럽게 만들고 있으니 패거리문화의 폐단이 심하다. 군사문화를 깨부수고는 새로운 문화는 만들지 못했으니 '제왕적'통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프로가 존중되고 시스템이 움직이고 문민문화가 형성되기 전에는 난조에서 탈출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mskang36@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