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이미지로 낙인 찍힌 대한투자신탁 한국투자신탁 명함과 삼성그룹이나 제일제당의 로고가 박힌 명함을 함께 받아본 투자자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자명하지 않습니까" 투신영업에만 20여년 동안 몸담아 온 현직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간접상품 시장에서도 삼성 제일 등 재벌계열사들의 활약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올 1월말 현재 삼성증권의 수익증권 판매액은 19조4천1백48억원이다. 전체 수익증권 시장의 13%에 달하는 규모다. 증권 은행 등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이에 반해 1월 한달에만 한투증권과 대투증권의 수익증권 판매액은 9천여억원과 4천여억원이 줄었다. 삼성증권과 제일투자증권의 수익증권 판매액이 같은 기간 3천억원과 1조원 가량 증가한 것과는 분명 대비되는 실적이다. 1년6개월 전쯤 증권사로 전환한 한투증권과 대투증권의 투신영업 부진은 기본적으로 운용자회사인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의 수탁고 정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두 회사의 수탁고는 대우사태 이후 15조∼17조원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삼성투신운용에 업계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투신운용 업계에 대한 재벌계열사의 잠식은 주식시장에서 기관투자가의 위상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월말 현재 전체 수탁고에서 MMF와 장·단기 채권형,즉 주식을 전혀 편입하지 않는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삼성투신이 68.32%를 기록하고 있다. 제일투신은 이 비율이 무려 80.99%다. 대투와 한투가 53∼54%인데 비하면 확실히 높은 수준이다. 그래서 일부 투신업계 관계자들은 "대우사태의 유탄을 피하면서 어부지리로 업계 상위권으로 발돋움한 재벌계열 투신운용사들이 채권형에만 주력해 주식시장에서 기관의 역할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자조한다. 물론 고객의 재산관리라는 측면에서 안정위주의 자산운용을 도매금으로 매도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내 기관투자가의 위상제고가 절실한 주식시장의 현실을 감안할 때 '옛 3투신'의 경쟁력 제고는 더 늦출 수 없는 긴급사안이란 게 증권계의 지적이다. 지지부진한 현대투신 매각협상과 현재 진행중인 예금보험공사의 대투와 한투에 대한 감사는 주식시장에서의 기관투자가 위상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증권계는 지적하고 있다. 박민하 증권부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