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모든 술 병에 일회용 밴드 크기로 '할인점용' 등 용도 구분 표시를 하도록 요구했다가 주류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재검토키로 했다.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표시방법을 재조정하겠다고 한 발 물러선 것. 5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가정용과 할인점용 술이 영업용으로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용도를 술 상표에 크게 표시토록 '주세사무처리 규정'을 개정,오는 4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 국세청의 이런 조치는 일부 악덕업자들이 가정용과 할인점용 술을 사가 영업용으로 판매,큰 마진을 보는 불법유통이 잇따른 데 따른 것. 주류업계는 국세청의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용도의 표시방법이 정도를 벗어나 주류업계에 막대한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며 반발했다. 예를 들어 소주의 경우 술병에 붙어있는 상표의 상단 중앙에 가로 4㎝ 세로 1.6㎝ 크기로 '할인점용'과 '가정용'이라고 표시토록 했다. 여기에다 초록색 바탕에 빨간색 글씨로 표기토록 색깔마저 제한했다. 나머지 술도 조건이 비슷했다. 주류업계는 용도 표시 색깔과 크기가 상품의 얼굴이자 생명인 고유상표를 엉망으로 만든다며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규정을 지키려면 상표를 전면적으로 다시 제작할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불법유통자들 때문에 주류업계가 큰 피해를 입을 수는 없다며 지난달 협회에서 공동 대응을 결의하기도 했다. 특히 업계는 수입 주류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형평성의 문제도 지적했다. 국세청은 사태가 악화되자 업계와 간담회를 갖고 업계가 위치와 크기를 조절해 제출하면 재검토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