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파산, 가계부채 급증 등의 여파로 상속을 포기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4일 금융계와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법원에 접수된 상속포기 신청건수는 모두 2천6백19건으로 지난 2000년 2천2백16건에 비해 18%나 늘어났다. 이는 지난 99년(1천7백95건)보다 45% 가량 늘어난 수치다. 상속자들은 부모나 남편 등의 사망으로 재산을 상속받았지만 상속재산에 비해 채무가 많거나 감춰진 채무가 앞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등으로 상속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A씨는 어머니가 사망한 뒤 장롱 침구류 의류 등을 유산으로 남겼으나 사망 전 제3자에 대한 채무보증을 해주는 바람에 보증금 청구가 들어오고 있어 상속포기를 신청했다. B씨는 아버지가 사망한 뒤 통장에 50만원의 예금을 남겼으나 드러나지 않은 아버지의 채무가 있을 경우 이 상속재산 한도 내에서만 채무를 변제하기 위한 '한정승인' 신청을 냈다. 상속포기는 지난 98년 말 1백83조원에서 지난해 말 3백16조원으로 폭증한 가계부채와 지난해 말 2백45만명으로 1년 전에 비해 36만6천명이나 증가한 신용불량자 급증 추세와 맞물려 급속히 늘어나는 것으로 법원측은 분석하고 있다. 법원은 과도한 채무를 물려받고도 제때 상속포기나 한정승인 신청을 하지 못한 사람들의 재산상 불이익을 막기 위해 오는 4월13일까지 구제기간을 두기로 해 1천3백여명이 가계빚으로 인한 재산상 손실을 방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이후 부모의 채무 등을 우려해 상속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상황이어서 이같은 상속포기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