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은 독점업체로서 한국정부의 가격통제를 받고 있으며 보조금 혜택을 받았다' 미국 철강업계가 지난해 12월17일 미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한국의 철강교역 장벽현황' 보고서 내용의 일부다. 지난 2000년 보고서에 담겼던 내용이 문구 하나 바뀌지 않은 채 그대로 들어 있다. USTR는 이 보고서를 참고해 3월말 '국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작성,미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문제는 미 업계의 보고서 내용이 엉터리라는데 있다. 포철은 지난 2000년 10월 완전 민영화돼 정부의 가격통제나 보조금 혜택을 전혀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만난 도널드 카메론 변호사(산업자원부,한국철강협회,포철이 고용한 미 철강통상관련 고문변호사)도 기자가 이 문제를 지적하자 "불싯(Bullshit·허튼 소리)"이라고 내뱉으며 보고서가 터무니 없는 엉터리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특히 "포철이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다는 과거 공기업 시절의 내용이 수정되지 않은 채 5년째 USTR 보고서에 실리고 있다"고 핏대를 세웠다. 한마디로 미국이 부정확하고 억지에 가까운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토대로 한국에 시비를 걸고 있다는 얘기였다. 뿐만 아니다. 논리적 측면에서도 미국의 대응 자세는 뒤죽박죽이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불거진 한국산등 외국산 철강 수입규제 움직임과 관련된 사안을 살펴 보자.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자국내 다수 철강업체들이 절실히 필요해 대규모로 수입하고 있는 소재용 슬래브(반제품)에 대해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할 것으로 예상되는 개별품목으로 분류했다. ITC는 그러나 포철이 미국내 합작법인(UPI)에 수출하는 핫코일에 대해선 고율 관세부과등 규제가 심할 것으로 우려되는 품목그룹에 포함시켰다. 연간 75만톤 정도 수출되는 포철의 핫코일은 슬래브와 같은 소재용(냉연제품용)인데도 말이다. 엉터리 같은 보고서나 비합리적 자세가 더 이상 통상마찰의 빌미가 돼서는 곤란하다. 정부나 포철이 철강통상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워싱턴=김홍열 산업부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