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경 < 인제대 교수,메디칼데포 대표 skpaik@ijnc.inje.ac.kr > 보건대학원에서 내가 가르치는 '병원마케팅' 과목을 듣는 학생들은 대부분 병원에 근무하는 이들이다. 이 학생들이 나한테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병원마케팅이란 친절교육인가요?"라는 것이다. 물론 친절도 중요한 마케팅 수단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마케팅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고객중심의 경영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병원을 찾는 목적은 질병의 치료,즉 'cure'를 위해서다. 그러나 원인 중심의 치료를 통해 질병을 낫게 할 수도 있지만,정성어린 보살핌과 따뜻한 관심을 가지고 'care'를 통해 증상을 완화시키고 나아가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경우도 많다. 'cure'가 의사중심이라면 'care'는 환자에 초점을 맞춘다. 아무리 'cure'를 잘 하는 의사라도 'care'가 동반되지 않으면 환자만족은 기대하기 어렵다. 의사나 간호사가 환자를 진심으로 'care'하게 하려면,내부고객을 'care'하는 경영진의 자세가 우선 돼야 한다.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마음을 터놓는 대화를 통해 내부고객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경영에 동참하게 된다. 병원의 내부고객들이 '내가 월급 받고 있는 병원에 오는 환자'가 아니라 '내 병원에 오는 내 가족 같은 환자'로 외부고객을 'care'할 수 있게 되면 이미 고객만족은 이뤄진 것이다. 최근 관심을 얻고 있는 말기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자는 호스피스,완화의학은 대표적인 환자중심의 'care' 시스템이다. 이 방법은 의사가 최선이라고 생각한 치료를 일방적으로 환자에게 종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치료를 환자와 가족과 상의해 그들에게 선택권을 주어 동참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잘못된 점은 고쳐주어야 하지만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의사는 환자를 인격적으로 섬기는 자세가 돼 마치 친가족 대하듯이 'care'하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호주의 호스피스 병원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적이 있었다. 이 병원의 환자들은 지금까지 살아온 삶 중에서 가장 인간적인 대접을 받으며 자신의 삶의 주인으로 살고 있다고 고백한다. 이 프로그램은 병원에 붙어있는 '환자만 담배 피울 수 있습니다'는 표지판을 비추는 것으로 끝난다. 물론 의사를 비롯한 병원 근무자들은 담배를 피울 수 없다. 이미 시한부 인생으로 금연 여부가 그들의 건강 호전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care'해주는 병원. 참으로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