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개각설이 나돌던 지난 18일.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1년여 진행됐던 미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과의 현투증권 매각 협상이 결렬됐다는 ''나쁜 소식''을 전한 후 ''좋은 소식'' 하나를 보탰다. "AIG는 협상에서 손을 뗐지만 대신 미국의 2개 금융그룹이 새로 투자의사를 밝혀왔다"는 것이었다. 이 위원장은 앞으로 원만한 협상진행을 위해 섣불리 회사 이름을 들먹이는 추측 보도를 삼가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그후 몇몇 언론에서 문제의 2개 금융그룹중 하나가 푸르덴셜이라는 설이 보도되자 금감위 간부들은 "국가적 협상을 망치려는 몰지각한 언론"이라며 성토했다. 그러나 개각이 단행된 지난 29일.모 기자가 이 위원장과 점심식사를 같이 한 후 ''푸르덴셜 투자설''을 확인보도했다. 결국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상대가 노출돼 협상실무자들은 어려움을 겪게 됐다. 잠깐 작년 11월20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이 위원장은 이날 순천향대 초청강연에서 "합병을 위해 접촉중인 은행들이 있다. 연내에 추가로 합병하는 은행이 나올 것"이라는 깜짝 발언을 했다. 이후 언론들은 가능성 있는 은행간 조합을 보도했다. 이 위원장의 반응은 판에 박힌듯 했다. "언론들이 추측해 쓰면 합병하려던 은행들도 일을 추진할 수 없다. 제발 자제해 달라"는 것.추가 합병은 결국 지금까지도 나오고 못하고 있다. 그 한달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이 위원장은 모 언론과 인터뷰에서 "하이닉스반도체의 공장을 중국의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불발탄에 그치고 말았다. 이 위원장이 늘 강조하듯 협상은 ''은밀하고 신속하게''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정작 그동안의 일련의 주요 협상은 은밀하지도 신속하지도 못했다. 정책 당국자들의 부적절한 협상소식 ''누설''행위는 계속됐고 그때마다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누설자는 뒤늦게 ''국익''을 운운하며 보도자제를 요청하는게 습관으로 굳어진 듯한 느낌이다. 이런 행태를 지켜보노라면 앞으로 국가적 주요 협상에서는 우선 입 가벼운 당국자들이 협상진행 상황을 알지 못하도록 보안을 유지하는게 급선무라는 생각이 든다. 박수진 경제부 금융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