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벤처기업의 신화로 불렸던 메디슨이 결국 부도를 냈다. 그 충격과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가뜩이나 추락한 벤처기업들의 신뢰도가 더 떨어질 것은 물론이고 코스닥시장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은 너무나 분명한 일이다. 이른바 ''벤처게이트''에 휘말린 벤처회사들에 비해 메디슨은 그 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우리가 느끼는 실망감은 더욱 크다. 지난 85년에 설립된 메디슨은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던 의료장비 시장에 과감히 뛰어들어 오로지 기술력 하나로 급성장한 말그대로 벤처기업의 전형이었다. 하지만 벤처붐이 일자 자기분야에서 최고가 되기를 지향하기보다는 단기간에 계열사를 수십개로 늘리는 등 무리한 확장경영을 일삼다가 허망하게 쓰러진 셈이다. 메디슨을 비롯한 일부 벤처기업들이 마치 벤처캐피털이나 된 것처럼 본업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국내외 기업들에 마구잡이로 투자를 늘려 나갈 때 우리는 그 문제점을 분명히 지적한바 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당시 메디슨측은 자신들의 투자는 벤처기업간 상호보완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위기 대응능력을 키우기 위한 네트워크 형성이자 벤처생태계 구축일뿐,과거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과는 전혀 다르다고 강변했었다. 물론 필요한 경우 기업들이 전략적인 제휴를 맺거나 지분출자를 하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게 없는 일이다. 그러나 백번 양보해서 벤처기업들간의 네트워크 형성이 필요하다고 해도 그런 목적 때문에 꼭 지분출자를 해야만 했는지는 의문이다. 일반기업에 비해 기술혁신 속도가 빠르고 투자위험이 매우 큰 벤처기업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어쨌든 메디슨의 성장과정이 인상적인 만큼 왜 갑자기 쓰러지게 됐는지 철저한 원인분석 또한 있어야 마땅하다. 부존자원이 없고 믿을 것이라고는 인력밖에 없는 우리나라는 앞으로도 벤처기업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라 더욱 그렇다. 정부가 벤처기업에 우호적인 경영환경 조성을 위해 발벗고 나선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사정이 그렇다면 메디슨의 실패사례 역시 국내 벤처기업의 발전에 유익한 밑거름이 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문어발식 확장이건,네크워크 형성이건 명분에 관계없이 기업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무리한 확장은 경영환경이 나빠지게 되면 곧바로 기업을 경영위기로 몰아가게 마련이며,어떤 경우에도 기술개발과 원가절감을 통한 정도경영만이 해답이라는 교훈을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