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일본은 이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힘만으로는 지난 10여년 동안 잘못된 정책으로 발생한 경제위기로부터 빠져나올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고이즈미 내각의 지지율은 여전히 높다. 대부분의 일본 전문가들은 고이즈미 내각이 잇단 실정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마이니치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고이즈미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지난해 11월보다 오히려 2%포인트 상승한 77%로 조사됐다. 물론 일본의 개혁실패 원인은 고이즈미 총리 개인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각과 집권당에 있다. 그러므로 이를 바로잡기위해서는 각 지역의 선거구를 개편하고 행정개혁을 실시해야 한다. 더욱이 일본의 내각 관료들은 스스로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문제는 이러한 뿌리 깊은 관료주의적 구조를 쉽게 변화시킬 수 없다는데 있다. 일본경제 악화의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일본이 왜 그토록 오랫동안 이런 잘못된 시스템을 유지시킬 수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아울러 일본은 왜 개혁을 못하는가 물음을 던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가지 추측 가능한 설명은 세계 2차대전 패망후 일본의 경제모델이 50여년 이상 성공적이어서 경제의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 다른 설명은 기업들이 그동안 빠른 성장을 통해 많은 이익을 거두고 있었으므로 변화에 대응할 시기를 놓쳤다는 견해가 있다. 좀 더 깊이 있게 일본 경제의 실패 과정을 분석해보면 일본 정부는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근본적인 어떠한 정책결정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것은 또한 일본에는 투명한 정책결정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것과 연관된다. 여기서 또 다시 던져야 할 질문은 과연 일본이라는 나라를 누가 통치하느냐이다. 일본을 오랫동안 집권해온 자민당 의원들은 자기들이 통치해왔다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정치인들은 정책결정을 위한 전문적인 경제자문역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며 입법안 제출에 관한 충분한 경험을 갖고 있지 않아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이런 사이에 중요한 정책결정은 거대한 이익집단인 관료들의 손에 의해 좌지우지됐다. 예를 들어 1983년 이후 지금까지 관료들은 2천개의 법안을 일본 국회에 제출했고 그중 96%가 아무런 제지없이 통과됐다. 같은 기간 의원들은 7백39개의 법안을 제출했는데 그중 38%만이 통과됐다. 이러한 현상을 놓고 볼 때 과연 정치인들이 일본을 통치한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지난해 정부조직의 축소 개편등 많은 정부개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료주의는 뿌리 뽑지 못했다. 관료들은 또 일본을 운영하기에는 시야가 너무 좁고 각 정부부서 조직들의 의견충돌에서 조정을 하기가 쉽지 않은 단점이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회의원들은 국가운영 문제는 관심이 없다. 단지 국회의원들은 자기선거구 안에서 지방 유지들과 결탁해 돈정치를 하고 있으며 그 대가로 거대한 권력을 받는데만 급급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책결정 과정의 투명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또 이렇게 커온 정치인들이 거대한 관료주의라는 권력에 맞서 개혁을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또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기업들도 정치인들을 믿지 않는다. 그러므로 일본의 경제개혁을 위해서는 정치개혁부터 우선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깨끗하고 소신 있는 정치인이 지역구로부터 선출돼야 한다. 청렴한 의원들이 모여 당을 만들고 여기서 강력한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이렇게 정당성을 확보한 리더가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일본 사회의 개혁을 주도해야 한다. 정리=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 .............................................................. ◇이 글은 최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Who rules Japan? Nobody''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