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魯馨 < 고려대 교수 / 통상법연구센터 소장 > 지난 1월25일 한국과 일본의 재계 대표들은 양국의 자유무역지대(FTA)가 조기에 실현될 것을 촉구하는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김대중 대통령도 작년 11월5일 브루나이에서 ASEAN 9개국과 한국 중국 및 일본으로 구성된 ''동아시아 FTA''의 창설을 제안했다. FTA는 관세동맹과 함께 세계무역기구(WTO)가 허용한 지역통합의 유형이다. FTA는 국가와 국가 사이의 무역장벽을 제거해 그 구성국가들의 시장이 사실상 통합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과 일본의 FTA가 실현되면,일본은 사실상 한국기업의 국내시장이 된다. 인천에서 생산된 자전거가 부산에서 자유롭게 판매되는 것처럼 일본 오사카에서도 자유롭게 판매될 수 있다. 물론 마찬가지로 한국시장은 일본기업에 개방된다. FTA와 같은 지역통합은 WTO의 기본 원칙인 최혜국(MFN)대우의 대표적인 예외다. 그런데 이러한 예외가 1990년대 이후 일반적 현상이 되고 있다. WTO는 2005년까지 70여 지역통합이 실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세계무역 3분의 1이 FTA와 같은 지역통합 내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그러나 한국은 어느 지역통합에도 포함돼 있지 않은 유일한 통상국가다. 상품 수출규모를 보면,유럽 15개 국가로 구성된 유럽연합(EU),미국 일본 캐나다 중국 홍콩 한국 멕시코 싱가포르 대만 등의 순서다. 이 중에서 EU는 그 자체가 지역통합의 대표적 모델이고,미국은 캐나다 및 멕시코와 함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하고 있다. 또 싱가포르는 다른 ASEAN국들과 함께 AseanFTA(AFTA)를 형성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1월13일 싱가포르와 FTA를 실현하기 위한 협정을 체결했다. 세계 10대 수출국가 중 중국과 한국만이 어느 지역통합에도 포함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의 일부인 홍콩은 물론 대만과 사실상 화교경제권을 이루고 있으며,이러한 중국도 ASEAN과의 FTA를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결국 한국은 통상관계에서 ''외톨이''가 되고 말았다. FTA는 재편되고 있는 세계통상환경에서 한국이 경제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FTA를 통해 한국기업은 일본에서 수출·투자는 물론 생산거점을 확보할 수 있게 되고,또한 역내 분업체제가 확대됨으로써 양국의 가격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다. 그 결과 고용이 확대되고 경제력이 신장될 수 있다. 그러나 FTA가 국민과 산업 모두에 이익을 주는 것은 아니다. FTA가 실현돼 그 구성국가들 사이의 국경이 제거되면,상품은 경쟁력이 높은 국가에서 낮은 국가로 이동한다. 이 경우 경쟁력이 낮은 산업은 구조조정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러나 FTA에서 불이익을 보는 산업이 있게 되지만,국가 경제 전체로는 이익이 된다. 한국의 FTA 실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부 부처간 대립과 관련 산업의 반대를 설득할 수 있는 리더십의 실종이다. 통상리더십의 부재는 한국이 첫 시도한 칠레와의 FTA협상에서 확인됐다. 한국과 칠레는 지구의 정반대에 있다는 지리적,기후의 차이는 물론 농업과 공업의 보완적 경쟁력을 이유로 양국의 FTA가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바람직하고 쉬워 보이던 칠레와의 FTA협상은 특정 부문의 반발로 소강상태에 빠져 있다. 우리 경제에서 통상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FTA의 필요성은 결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물론 개별적 FTA에 대한 경제적 이해득실이 면밀하고 구체적으로 검토돼야 할 것이다. 최근 한 국내연구소는 한ㆍ중ㆍ일 FTA 실현 10년 뒤에는 연간 1백20억달러의 무역수지 개선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경제예측이 정확한 것이라면,FTA는 한국경제 발전의 새로운 출구가 될 수 있다. 다만 일본이나 중국과의 새로운 FTA를 거론하기 전에 주춤거리고 있는 한·칠레 FTA협상을 타결하는 것이 수순일 것이다. FTA에 대한 신중하고 치밀한 준비와 국민의 이해가 필요하다. wtopark21@hotmail.com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