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닷새째 하락가도를 이으며 1,310원대로 미끄러졌다. 지난 금요일부터의 외국인 주식순매수분을 비롯, 업체 네고물량이 공급되며 시장 압박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달러/엔 환율이 한때 133엔을 하향 돌파하하는 등 사흘째 하락 조정을 보인 것도 달러/원의 하락을 자극했다. 그러나 1,310원선이 단단하게 지지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장 후반부터 달러매수초과(숏) 포지션을 덮기 위한 달러되사기가 낙폭을 축소시켰다. 신용평가회사인 피치가 한국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할 여지가 있다는 외신보도는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가하지 못했다. 대규모 물량 공급에 대한 루머가 시장을 다소 혼란스럽게 하는 측면이 있으나 뚜렷한 실체는 드러나지 않고 있는 상황.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7.70원 내린 1,313.60원에 마감했다. 올들어 최고치인 지난 22일의 1,331.40원에서 17.80원이 떨어졌다. ◆ 추가 하락 여지와 반등 가능성 내포 = 달러/엔 환율의 추가 하락 조정여부에 따른 133엔대 붕괴가 관건인 가운데 물량 부담도 이어지고 있어 1,310원 밑으로의 시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같은 하향 분위기도 외국인 순매도 전환, 달러/엔 반등 가능성 등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시점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엔이 강세조정을 받고 공급우위의 장세 덕분에 환율이 하락했다"며 "달러/엔의 조정이 끝난 것인지, 바닥확인을 위해 추가로 내려갈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달러/엔이 134엔 이상으로 반등하지 않는다면 월말임을 감안, 추가 하락의 여지가 있다"며 "내일 거래는 1,303∼1,315원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정유사 결제수요가 있었고 1,311원선에서 국책은행의 매수세가 버틴 탓에 달러되사기(숏커버)가 장 후반 진행됐다"며 "그동안 빠른 속도로 내려온 탓에 조정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최근의 하락세가 내일을 정점으로 지속될 지, 조정을 거친 뒤 오를 것인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공급이 부각되고 있으나 많고 적음을 겨루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달러/엔의 하락 조정 연장 = 달러/엔 환율은 이날 133엔 하향 돌파를 시도하면서 달러/원의 하락에 힘을 실었다. 월말을 앞둔 네고물량, 외국인 주식자금 공급 등 시장을 압박하는 물량 부담이 여전했다. 달러/엔 환율은 전날 뉴욕에서 하락 조정을 이어 133.43엔을 기록했으며 이날 도쿄에서 개장초 일본의 지난해 12월 실업률이 5.6%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피치가 일본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경고, 133.70엔대로 반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차츰 오름폭을 축소하다가 하야미일본은행(BOJ)총재의 발언을 계기로 일시적으로 132.90엔대로 진입한 뒤 소폭 반등, 오후 4시 52분 현재 133.07엔을 기록중이다. 하야미 총재는 이날 "정부가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없다"며 "엔 약세가 일본 경제 회생의 결정적인 치료 방안이 될 수 없으며 인위적인 엔 약세 유도는 엔화의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고 말해 엔 강세를 거들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나흘만에 주식순매도로 돌아서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763억원, 39억원의 매도우위를 가리켰다. 지난 금요일이후의 순매수자금중 2억달러 이상이 시장에 공급돼 물량 부담을 가중시켰다. 업체 네고물량도 월말을 앞두고 출회돼 에너지 업체의 결제수요를 누르며 공급 우위의 장세가 유지됐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2.30원 낮은 1,319원에 시동을 건 환율은 개장초 이날 고점인 1,319.90원까지 낙폭을 줄였다가 서서히 되밀려 10시 19분경 1,316.10원까지 미끄러졌다. 이후 추가 하락은 제한된 채 소폭 반등한 환율은 1,316∼1,317원을 오가다가 오전장 후반 낙폭을 확대, 1,314원선에 다다른 뒤 11시 58분경 1,314.30원까지 몸을 낮춰 오전장을 마감했다. 달러/엔 급락 영향으로 환율은 오전 마감가보다 1.80원 낮은 1,312.50원에 오후장을 열었다. 개장직후 1,312.80원으로 올라선 뒤 차츰 레벨을 낮춘 환율은 1시 51분경 이날 저점인 1,310.80원까지 흘러내린 뒤 한동안 1,311원선에서 맴돌았다. 이후 2시 58분경 한차례 더 저점 경신을 위한 시도가 있었으나 추가 하락이 막힌 환율은 달러되사기(숏커버)가 진행되면서 4시 11분경 1,313.70원까지 반등을 꾀했으며 마감까지 1,313원선을 거닐었다. 장중 고점은 1,319.90원, 저점은 1,310.80원으로 장중 9.10원 이동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3억5,75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1억6,08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1억5,100만달러, 1억8,810만달러가 거래됐다. 30일 기준환율은 1,314.6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