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필요성은 F 베이컨(1561∼1626)의 말로 요약된다. ''과학(기술)적 지식 탐구의 목적은 지적 호기심을 채우는 것도 권위를 높이는 것도 아니고, 오직 인간의 생활을 풍부하게 하는 데 있다'' 실제 데카르트를 출발점으로 한 근대 과학기술은 대중을 빈곤에서 구하고 유아사망률을 낮추고 여성을 가사로부터 해방시켰다. 현대문명의 원천이 돼온 이같은 과학기술은 어느 것이나 기초 응용 개발의 단계를 거친다. 기초연구(과학)는 하나의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찾는 것이고, 응용및 개발 연구(기술)는 발견한 사실을 어디에 쓸지 알아내 실용화 및 양산방법 등을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기초과학 연구는 때로 개인적인 명예나 부와는 거리가 멀 수도 있다. 그러나 인류의 공유 자산을 만들어내고 응용이나 개발의 뿌리를 제공한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세계 14개국 성인의 기초과학 실력을 측정했더니 덴마크가 1위(64%), 영국이 2위, 미국이 3위고 일본은 꼴찌에서 세번째(51%)였다고 한다(한국은 대상에서 제외).과학에 대한 관심도도 미국 프랑스는 50%이상이었으나 일본은 27%에 그쳤다는 보도다. 남의 얘기로만 들리지 않는 건 국내의 사정이 일본보다 결코 나을 것같지 않은 탓이다. 수능시험의 자연계 지원자가 30%미만이고 그나마 우수학생은 의대로 몰리는 현실은 과학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얼마나 낮은지 전하고도 남는다. 21세기는 첨단과학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리라 한다. 이에 따라 우리정부도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등의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우수인력이 이공계, 특히 기초과학부를 외면하는 상황에서 첨단공학 발전을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지금부터라도 연구비를 지원하는 등 대책을 강구한다지만 그것만으론 어렵다. 기초과학을 살리려면 과학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게 먼저다. 그러자면 초등학교는 물론 유치원에서부터 과학이 왜 필요한지 가르치고 그럼으로써 사물의 원리를 탐구하는 과학 자체를 즐길 수 있게 해야 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