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세계 소매업계는 두번 놀랐다. 첫번째는 미국 할인점업체 월마트가 매출액 기준 세계 최대 기업에 올랐다는 소식. 월마트의 2001 회계연도(2001년2월∼2002년1월) 예상 매출액은 2천2백억달러. 두번째는 미국 2위의 할인점 K마트가 1백13억달러에 달하는 채무로 인해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는 보도. 20세기 후반부 미국 소매업계를 풍미한 두 거인 월마트와 K마트의 운명이 이처럼 극명하게 엇갈린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첫 점포를 연 62년부터 80년대 중반까지 월마트는 K마트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월튼에게 할인점의 개념을 심어준 것도 K마트의 선구적 소매상인 해리 커닝햄이었다. 후발주자 월마트는 그러나 90년대 중반 K마트를 추월해 미국 재계를 놀라게 했다. 월마트가 결정적인 승기를 잡은 원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저비용 구조. 월마트는 철저하게 저비용을 추구했다. 이를위해 땅값이 싼 소도시나 대도시 교외 고속도로변에 점포를 지어나갔다. 월튼은 손수 자가용 비행기를 몰면서 공중에서 입지를 골랐다. 반면 K마트는 대도시 출점만 고집,고비용 구조를 버리지 못했다. 과학적인 물류시스템도 저비용 구조를 뿌리내리는데 큰 힘이 됐다. 80년대 들어 월마트는 인공위성을 임대,물류시스템에 활용했다. 81년부터 샘 월튼이 암으로 사망한 91년까지 10년간 월마트는 판매관리비를 매출액 대비 20.1%에서 15.2%로 줄일 수 있었다. 반면 K마트는 22.8%에서 21.2%로 거의 제자리 걸음이었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월마트는 K마트에서 1백원에 파는 상품을 94원에 팔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것이다. 과학적인 물류 시스템은 결품도 방지,물건이 없어 고객을 놓치는 일이 사라졌다. 일거양득인 셈이다. 봉사활동과 기부행위 등을 체계적으로 펼치기 위한 굿웍스(Good Works)프로그램도 기업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됐다. 이같은 씨앗들이 뿌려진 뒤 한세대가 채 못돼 월마트는 드디어 1위 자리에 오른 것이다.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