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ugjoo@kitech.re.kr 며칠 전 오랜 지기들과 만났는데 식사 후 자연스레 경제문제로 대화가 옮아갔다. 일본의 일인당 국민소득이 3만5천달러,싱가포르는 2만5천달러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만달러가 채 안 되는 이유를 두고 많은 얘기가 오갔다. 연구 개발 투자규모도 그렇고 제조업 수준과 국민 개개인의 역량이 결코 뒤처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만한 격차가 생기게 된 데는 근본원인이 따로 있을 것이란 얘기였다. 결국 일본과 싱가포르,우리나라의 일인당 국민소득 격차는 ''정직성''이 벌여놓은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정직은 신뢰를 불러오지만 부정직은 불신을 야기해 쓸데없는 비용을 많이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일을 하려면 각종 첨부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현실부터가 그렇다. 당사자가 주민등록증과 도장을 갖고 있어도 문서 한 장이라도 부족하면 왔던 곳을 되짚어 돌아가야 하는 나라의 효율성이 높아질 리 없다. 정직하면 손해보게 된다는 흉흉한 소문은,정직과 성공이 반비례 관계에 놓여있다는 왜곡된 믿음을 유포시켜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우리 아이들은 학교 합창단 활동을 할 때 필요한 악보를 일일이 돈을 주고 구입했다. 지금도 값비싼 모든 소프트웨어를 정품으로 구입해 사용한다. 복사를 부정직한 일로 여기지 않는 친구들 기준으로는 ''바보 같은 짓''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바보''들이 많아야 잘 사는 나라가 될 수 있다. 이제 산업은 지식에 기반하지 않고서는 온전히 설 수 없으며 지식산업이란 곧 소프트웨어를 가리킨다. 필요한 건 뭐든 복사해 사용할 수 있는 나라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결코 발전할 수 없으며 수출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수입을 통해 수요를 충당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부정직의 코스트다. 중국은 주변 50여개 소수민족을 굴복시켜 오늘날의 거대한 국가를 이뤘다. 한자 문화권에 속한 나라 가운데 여기 흡수되지 않은 나라는 베트남과 우리뿐이다. 그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당장의 정직보다 부정직의 반짝효과를 빌려야 할 일이 많았고 영리한 거짓말을 후하게 평가하는 현상이 자리잡게 됐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바보스러울 만큼 정직해야 더 잘 사는 시대가 됐다. 우리가 경제는 소프트웨어에서,소프트웨어는 정직에서 힘을 얻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