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이 말기가 되면 발이 썩게 된다. 당뇨병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 적게 나오거나 제대로 나와도 인체가 유효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대사성 질환이다. 또 과량의혈당은 혈관을 노쇠하게 만들어 신진대사 능력을 떨어뜨린다. 이로인해 혈관 곳곳에 각종 노폐물이 쌓이게 된다. 당뇨환자의 발이 썩는 것은 심장에서 가장 멀고 혈류량이 적은 발이 상처를 입었을때 신속하게 원상복구되지 못해 일어나는 증상이다. 대웅제약에서 지난해 국내 생명공학의약품 1호로 탄생시킨 EGF(상피세포성장인자)는 이런 당뇨병성 족부궤양을 치료하는 의약품이다. 1962년 미국의 스탠리 코헨 박사는 생쥐의 턱밑샘에서 추출한 물질을 갓 태어난 생쥐에 주사,처음으로 EGF를 발견했다. 주사를 맞은 생쥐는 다른 생쥐에 비해 눈을 일찍 뜨고 이가 빨리 자랐다. 코헨 박사는 이 물질을 분리 분석,다양한 상피(上皮)세포에 대해 강력한 세포 성장 촉진효과를 가지고 있음을 밝혀냈다. 지난 83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사람의 EGF 유전자를 미생물에 넣어서 인간 EGF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러나 천연형과 동일한 활성을 가진 EGF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웅제약은 새로운 유전자조작법을 활용,천연의 것과 비슷한 활성도의 EGF를 개발했다. 이 EGF는 서울대병원 등 6개 종합병원에서 당뇨병성 족부궤양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시험 결과 72.5%의 완치율을 나타냈다. 외국에서는 지난 98년에 미국의 존슨앤드존슨이 혈소판유래성장인자(PDGF)를,작년에는 일본의 가켄(科硏)제약이 염기성섬유아세포성장인자(bFGF)를 잇따라 내놓았다. 한국 미국 일본이 세계시장에서 승부를 벌이게 된 것. 대웅제약측은 경제성이나 약효면에서 EGF가 다른 제품을 압도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당뇨성 족부궤양 환자는 약 3만명에 이른다. 따라서 EGF 시장은 연 2백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