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기술(BT)이 진화하고 있다. 정보기술(IT), 바이오혁명에 나노기술(NT)까지 합류하면서 BT가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BT가 다른 기술과 결합해 시너지(Synergy) 효과를 일으키는 ''퓨전(Fusion)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이다. BT 분야에 몰아치고 있는 퓨전바람은 모든 질병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오랜 꿈을 현실로 바꾸고 있다. 인간의 유전자지도를 완성하고 피 한 방울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장치가 개발된 것은 퓨전이 이뤄낸 대표적인 작품이다. 인간의 몸속을 돌아다니며 수술을 하는 로봇도 조만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BT와 NT가 만난다 =지난해 11월 미국 코넬대 몬케매그노 교수팀은 몸속을 돌아다니며 의료임무를 할 수 있는 머리카락 굵기의 1천분의 1 크기 나노헬리콥터를 개발했다. 특히 바이오모터는 세포의 에너지원인 아데노신 3인산(ATP)을 연료로 사용해 1초에 8번 회전한다. 이에 앞서 지난 2000년에 미국 유타대학 엘드리드세케이라 교수팀은 혈관 속을 돌아다니며 세균을 잡거나 필요한 곳에 약물을 전달하는 1백나노미터 크기의 나노잠수함을 개발했다. 재미있는 것은 동력원으로 박테리아를 사용한다는 것. 대장균이 모터역할을 해 나노잠수함을 움직인다. 나노헬리콥터와 나노잠수함은 바로 질병 치료에 활용될순 없지만 BT와 NT의 만남이 가져다 줄 장밋빛 미래를 그려볼 수 있게 해준다. 지난 BT와 NT의 결합으로 공상과학영화에서나 가능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나노보다는 조금 큰 마이크로미터(㎛,1백만분의 1m) 기술도 BT와 접목되고 있다. 현재로는 NT보다 마이크로기술이 BT에 더 활용되고 있다. 마이크로기술은 ''바이오멤스(Bio-MEMS.미세전자기계시스템)''로 대변된다. 멤스는 1㎛를 다루는 기술. BT와 결합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랩온어칩(Lab On a Chip)''이다. 말 그대로 칩 위에 실험실을 옮겨 놓은 것이다. 실험실에서 할 수 있는 과정을 조그만 칩에서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질병을 진단하거나 환자 상태를 파악할 때 활용할 수 있다. 특히 혈액 한방울 정도만 있으면 진단을 할 수 있어 편리하다. 국내에서는 최근 BT가 NT와 결합한 ''나노바이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국내 12개 바이오벤처를 중심으로 나노바이오시스템연구조합이 결성됐다. 연구조합은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나노바이오 분야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향후 공동 기술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과학기술부도 올해를 ''나노-바이오의 해''로 정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키로 했다. IT 없으면 BT도 없다 =지난해 2월 완성된 인간 유전자지도는 한마디로 컴퓨터 기술의 산물이다. 31억개에 달하는 염기서열을 밝혀 유전자지도를 만들기 위해선 최첨단 컴퓨터 도움이 꼭 필요하다. 휴먼게놈프로젝트의 경우 마지막 2년동안 80%가 이뤄졌을 만큼 IT 발전이 큰 도움이 됐다. 유전자지도를 분석할 때도 마찬가지다. 유전자지도는 사실 그 자체만으론 큰 의미가 없다. 정확한 분석을 통해 유전자의 역할을 밝혀내야 실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지도를 분석하는 것은 유전자지도를 만드는 것보다 더 복잡하다. 슈퍼컴퓨터에 버금가는 최첨단 컴퓨터가 없으면 수십년이 걸려도 풀기 어렵다. 유전자지도를 분석하는 생물정보학분야는 앞으로 5년안에 연 1백억달러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생물정보학은 특히 바이오 연구에 필요한 관련 컴퓨터시장도 2004년께에 가서는 연 4백30억달러 규모로 확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단백질(프로테옴) 연구는 컴퓨터 없인 엄두도 내지 못한다. 유전자가 만들어 내는 단백질은 유전자보다 더욱 복잡하기 때문에 보다 빠른 컴퓨터가 필요하다. 바이오칩도 IT와 결합해 나온 결과물이다. 예전엔 유전자를 해독할 때 길고 지루한 시험을 반복했지만 바이오칩을 이용하면 단시간에 분석해 낼 수 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 따르면 세계 BIT시장 규모는 지난해 50억달러에서 매년 30% 가량 성장해 오는 2005년 2백억달러, 2010년 6백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퓨전만이 살길 =일부에서는 바이오 분야에 불고 있는 퓨전현상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말한다. 유전자 지도처럼 방대한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선 최첨단 컴퓨터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인간 유전자지도를 만드는 ''휴먼게놈프로젝트(HGP)''는 컴퓨터기술의 발달로 당초 계획보다 무려 5년이나 앞당겨 발표됐다. BT에 IT와 NT가 결합하는 퓨전현상은 바이오가 산업화하면서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