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협상''갖고 말이 많다. 우리나라는 왜 국제협상에서 그렇게 판판이 지는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 같다. 협상은 사실 하나의 전문분야이다. 배우고 훈련하면 훨씬 더 잘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협상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협상의 본질은 무엇인가? 우선 협상은 결코 ''땅따먹기'', 즉 물질적 이해 관계의 ''갈라 먹기'' 또는 ''숫자놀음''이 아니다. 협상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해 나가고자 하는 하나의 게임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란 무엇인가? 크게 세가지다. 물질적 이익(benefit)을 얻고자 하는 마음,위험(risk)을 피하고자 하는 마음,그리고 가능하면 공평(fair)하고자 하는 마음,이 세가지다. 나에게도 상대방에게도 이런 마음이 있다. 성공적 협상이란 서로 상대방의 이 세가지 마음을 이해하고 그를 활용하고 그에 호소하고,궁극적으로 이 세가지의 합(合)을 각기 원하는 만큼 이루어내는 과정이다. 협상을 이런 식으로 이해하면 자연히 협상에 대한 접근법이 달라진다. 어떻게 달라지는가? 첫째로 협상을 포지션(position)간의 싸움으로 보지 않게 된다. 나는 50원 주겠다고 하고 상대방은 1백원 달라고 할 때,협상은 얼핏 보면 1백원과 50원이라는 포지션의 싸움인 것 같다. 협상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협상을 이러한 포지션 간의 게임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포지션에 얽매이면 중간 지점인 75원에 합의할 때는 타결이 되겠지만,그렇지 않으면 밀고 당기다가 결렬되기 십상이다. 자존심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 상대방에게 1백원을 50원으로 깎아 달라고 요구하기 전에 그 1백원을 요구하는 이면에는 ''benefit'' ''risk의 최소화'',그리고 ''fairness''에 대한 기본적인 욕구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침착하게 그리고 우호적으로 그것이 각각 어떤 것들인지를 파악해 나가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상대방은 물질적 benefit 외에 특정한 risk에 대한 걱정이 깔려 있고,또 다른 사람에게 그 만큼 받기 때문에 여기서도 그만큼 받아야 페어(fair)하다는 생각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이런 생각들을 해소해 주기 시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왜 리스크가 적은 사람인가를,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내가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를 가르쳐 준다. 또 내가 가지고 있는 커다란 잠재력,그 동안 내 사업상의 기여,성실성 등을 적시해 주면서 나를 다른 사람과 좀 다르게 취급해 주는 것이 도리어 fair할 수 있다는 생각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1백원이란 포지션에 얼마든지 융통성이 생길 수 있게 된다. 협상은 이렇게 포지션간의 싸움이 아니라 서로의 걱정거리를 해결해 주는 과정인 것이다. 협상을 이런 식으로 이해하기 시작하면 또 다른 면에서 접근법이 달라진다. 협상은 떡을 ''갈라 먹는'' 게임이 아니라 떡을 ''키우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각자의 걱정거리를 이해하고 그것을 해소할 수 있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들을 생각해 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 내 독점판매권의 기한을 외국의 제조업자는 3년으로 하자 하고,한국의 업자는 6년을 고집한다고 하자.외국의 제조업자는 이 한국인이 앞으로 얼마나 잘 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꺼번에 6년을 주기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생각할 것이다. 반면 한국인은 3년 하고 계약이 끝나 버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 많은 투자를 하기는 역시 리스크가 너무 큰 것이다. 이렇게 3년과 6년이라는 포지션의 싸움이 되면 협상은 어려워 진다. 이럴 때 제3의 창조적 옵션을 생각해 내야 한다. 이를테면 일단 기한을 3년으로 하되,판매량이 일정 수준 이상 되면 자동적으로 3년간 더 연장되게 하면 양쪽의 리스크를 다 커버하기 때문에 협상이 훌륭하게 타결될 수 있는 것이다. 협상은 또 이렇게 하면 왜 ''나에게 좋은지''보다 ''상대방에게 좋은지''를 설득력 있게 끊임없이 일깨워 주자고 노력할 때 성공할 수 있다. 협상을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과정이라고 본다면,그 가장 기본은 양 당사자간에 흐르는 신뢰의 감정이다. 협상가가 얼마나 이 신뢰를 지키려고 노력해 나가는가 하는데서 협상의 성공은 크게 좌우된다. scjunn@sejo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