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1백여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에 항의하며 집단 파업을 벌였던 경기도 포천의 한 가구업체. ''돈줘,돈줘''라며 온몸으로 체불임금 지불을 절규했던 이들의 기숙사 건물에 들어서니 금세 수십명이 주위로 몰려들었다. 한국언론이 자신들에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 자체에 모두들 상기된 표정들이다. 한 무리를 따라 숙소로 올라갔다. 4평 남짓한 방에 들어서자 쾌쾌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방 하나에)6명 살아" 손가락 6개를 펼치며 말을 거는 러시아 청년의 눈은 낯설고 물선 이국땅에서 켜켜이 쌓인 ''돈벌이 피로''로 벌겋게 충혈돼 있다. 서리 내린 바깥 마당보다 더 차게 느껴지는 냉골 방 한가운데에는 이들이 한푼 두푼 모아 마련한 소형 전기난로가 힘겹게 온기를 내뿜고 있다. 벽옷걸이에는 땟물에 찌든 옷가지들이 어지럽게 걸려 있다. 밤이면 불도 켜지지 않는 샤워실에서 찬물로 지친 몸을 씻기 일쑤다 보니 감기는 늘 달고다닌다고 한 이란인 연수생은 하소연했다. 그래도 이들은 형편이 좀 나은 편이다. 이 곳에서 조금 떨어진 녹슨 컨테이너 속의 삶은 한마디로 인간 이하다. TV에서만 보던 아프간 난민 수용소가 그대로 재현된 것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큰 눈에 아직 앳된 얼굴을 한 25세의 이란 청년 마티. 한국에 온 지 얼마 안되는 그가 정확히 구사하는 한국말은 두마디.''나쁜 사람''과 ''좋은 사람''.몇주일 전 구타를 당해 아직까지 치통을 앓고 있다는 그가 손가락으로 누군가를 가리키며 ''나쁜 사람… 나쁜 사람…''이라고 되뇌었다. 현재 25만여명 정도로 추산되는 불법체류자 신분의 외국인 노동자들 대부분이 임금체불은 물론 법의 보호를 못받고 인권 사각지대에서 살아온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 이들이 집단행동을 통해 분노를 터뜨릴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졌는데도 정부는 차일피일 해결을 미루고만 있다. 이 문제를 제쳐놓고 ''월드컵 개최국으로서 외국인을 친절하게 맞이하자''는 식의 정부 캠페인은 우리 스스로를 참담한 위선자로 만드는 것같아 씁쓸했다. 이정호 사회부 기자 dolph@hankyung.com